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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메노모리와 이예의 ‘성심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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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8 00:11:16 수정 : 2014-08-18 0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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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문화 달라도 성실과 신의 바탕 신뢰외교 펼쳐야
양국 최악의 관계 두 지도자는 책임감 갖기를
‘마음을 다한다’(誠心)는 건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그 무엇이다. 계량하긴 어렵지만, 꽉 막힌 일을 풀기도 하고 뒤틀린 관계를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사람과 사물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마력이다.

때론 국가 간 관계도 바꾸기도 한다. 임진왜란 등을 제외하고 일제 식민지배 전까지 조선과 일본이 오랫동안 선린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성심을 기반으로 한 외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1668∼1755). 그는 일본 입장에서 조선과 선린외교를 주장하고 전개한 에도시대 외교가였다. 오미국(近江國) 아메노모리에서 태어난 그는 교토에서 의학을 배우다가 유학으로 바꿔 18세쯤 에도에 가 유학자 기노시타 준안(木下順庵)을 사사했다.

22세인 1689년 스승의 추천으로 쓰시마번과 관련된 일을 했고, 1693년부터 아예 쓰시마로 들어가 조선과 교섭에 관여했다. 부산 왜관에 와 외교 실태를 조사했고, 1721년에는 조선어 통역사를 양성하며 쓰시마번의 이익을 위해 노력했다.

그가 주목받는 건 외교서 ‘고린데이세이(交隣提醒)’를 저술, 대조선 외교에서 상호이해와 존중을 강조하며 ‘성신(誠信) 외교’를 주창했기 때문이다. 선린을 위해 조선의 풍습과 관습을 잘 이해하고 문화나 풍속의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과 조선은 모든 면에서 풍습이 다르고 기호도 다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지 못한 채 일본의 풍습대로 조선인과 교제하면, 일에 따라선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일본에 성실과 신의에 바탕한 성신외교를 하라고 조언한다. “성신이라는 것은 실의(實意)라는 뜻으로, 서로 속이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성실하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외교관으로서 아메노모리는 조선 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할 때 그들과 동행했는데, 조선 통신사도 그가 힘겨운 ‘교섭 상대’였다고 느낀 게 각종 문헌에 나온다.

일본에 아메노모리가 있었다면, 조선에는 이예(李藝, 1373∼1445)가 있었다. 15∼16세기 조·일 통교(通交)의 근간이 된 계해약조 체결(1443년)을 주도하며 끈질긴 ‘성심외교’를 통해 대일 관계를 개척하고 관리한 외교가였다.

1373년 울주에서 태어난 그는 8세 때 어머니가 왜구에 납치되면서 외교 부재에 따른 고통을 뼛속까지 절감했다. 1397년 자신이 모시던 울산군수가 왜구에 납치되자 자진해 함께 끌려갔고 조선으로 돌아온 뒤 외교관으로 일하게 된다.

김용출 도쿄특파원
세종도 1426년 “(일본을) 모르는 사람은 보낼 수 없어 그대를 보내는 것이니 귀찮다 생각하지 말라”며 그를 대일 외교에 나서도록 했다. 세종 때 체결한 계해약조로 왜구 침략은 사라졌고, 대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었다.

대일 관계 안정화를 위해 그는 43년간 무려 40여차례나 일본을 왕래했다. 당시는 돛이 달린 배로 바다를 건너야 했다. 바람이 일본 쪽으로 불던 6월쯤 출항해 바람이 조선 쪽으로 바뀌던 가을이나 겨울쯤 돌아왔을 터다. 바람에 운명을 맡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외교였다. 이런 과정에서 왜구에 잡혀간 조선인 667명도 데려올 수 있었다.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1994년 이후 역대 총리들이 밝힌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의 책임’을 2년째 언급하지 않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과연 성심외교를 생각이나 하는지 묻고 싶다. 역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만 촉구한 채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안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최악에 이른 작금의 양국 관계엔 양국 지도자의 책임도 크다.

율곡 이이 선생은 ‘만언봉사’에서 선조에게 이렇게 충언했다. “이른바 실질적인 공(功)이란 것은 일을 하는 데 정성껏 하여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진실로 실질적인 공이 없으면 어찌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하겠사옵니까?”

무슨 맘을 전하려는지, 매미가 쩌렁쩌렁 울고 있다.

김용출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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