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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툭하면 터지는 '軍 가혹행위'…초급장교 헌신없이는 공염불

입력 : 2014-08-18 19:19:58 수정 : 2014-08-18 23: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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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터질 때마다 개혁 약속만
간부들은 불이익 우려에 왜곡
일선서 원칙 세워야 뿌리 뽑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이후 기무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에는 연일 구타·가혹행위 사례가 쇄도하고 있다. A4용지 서너 장을 빽빽이 채울 정도의 분량이라고 한다. 이전이라고 구타 사례가 없었을까.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일벌백계’를 외치며 군내 가혹행위 엄벌을 외친 데 따른 결과물일 것이다. 군 지휘관들은 행여 소속 부대원의 일탈 행위로 불이익을 당할까봐 전전긍긍하며 부대 내 가혹 행위 사례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그동안 군은 가혹행위가 원인이 된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병영문화 개선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전방근무를 마치고 최근 전역한 한 예비역 장교는 “구타 및 가혹행위를 저지른 병사들을 적발해 영창을 보내면 해당 부대는 각종 평가에서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진급심사 때 불이익을 우려한 지휘관들은 웬만한 사건은 덮어두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관행은 가혹행위 병사를 방치하는 왜곡된 병영 문화를 만들었다.

1984년 6월 육군 22사단 최전방 GP(전방초소)에서 조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내무반에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한 사건이 발생했다. 병사 1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겪고도 GP 기강은 바로 서지 않았다. 병사들은 근무를 빼먹기 일쑤였고, 전투복을 입지 않거나 슬리퍼를 신고 근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야간에는 화투와 도박, 음주 행위가 난무했다. 후임병 구타가 일상화했다. 지휘관인 소대장은 병사들에게 휘둘렸다.

얼마 후 육사를 갓 졸업한 김모 소위가 소초장으로 부임했다. 사단장은 그에게 기강을 바로세우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는 모든 근무를 원칙대로 수행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반발했다. 한 병사는 김 소위에게 “소초장님 이렇게 하면 조 일병 때처럼 사고 납니다”라고 협박했다.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 소위가 굴복했다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는 군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할 뿐이다. 내가 소초장으로 있는 동안 이러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너희들이 나를 쏜다면 너희들 중 몇 명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병사들은 굴복했고, 김 소위는 그런 병사들을 따뜻하게 보살폈다. GP 기강은 살아났고 이후 구타 및 가혹행위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 초급장교의 리더십이 GP를 되살린 것이다.

김 소위가 남긴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최근 불거진 사건, 사고들을 보면 유효하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군은 김 소위가 남긴 교훈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일선에서 병사들과 고락을 함께하는 초급장교들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방의 간성(干城)이다. 초급장교들의 헌신과 솔선수범이 없다면 그 어떤 군 개혁안도 공염불이 될 것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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