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방, 지난달 보고받고도 ‘쉬쉬’

국방부 관계자는 “상황이 발생한 다음 날인 6월20일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이 신 사령관을 질책하고 엄중경고했으며, 한 장관도 취임 이후인 7월 중순과 8월 중순 2차례에 걸쳐 경고를 했다”고 3일 밝혔다. 그렇게 해서 내부적으로 무마됐다는 얘기다.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달 27일이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모 의원실이 관련 내용을 국방부 인사복지실에 문의했다는 보고를 받은 한 장관은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사실 확인 조사를 지시했다. 그런데도 신 사령관에 대한 징계 조치는 없었다.
29일쯤에는 일부 언론이 취재에 나섰다는 얘기들이 들렸다. 30∼31일 주말 동안 군 내부에선 “군이 또 사실을 은폐하고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새 나왔다. 하지만 “개인 신상 문제인 만큼 특별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더 컸다. 앞서 백 조사본부장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신 사령관이 오창 휴게소 화장실에서 다툼을 빚은 민원인에게 사과해 일단락된 문제”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덮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반전이 이뤄진 건 국방부가 지난 2일 오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을 통해 청와대 부속실에 신 사령관 문제를 보고하면서다. 보고를 접한 박근혜 대통령이 일언지하에 신 사령관의 전역을 지시한 것이다. 다급해진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쯤 부랴부랴 언론 브리핑에 나섰다. 신 사령관 경질 조치는 ‘자진 전역’으로 포장됐다. 국방부는 이날 “김 장관은 보고받지 못했으며, 한 장관은 최근에야 인사계통으로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고 설명했지만,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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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 |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9월을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 시작의 달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9월1일자로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 정착에 대한 강한 의지와 철학이 담긴 첫 ‘지휘서신’을 전군에 내려보냈다. 한 장관은 지휘서신에서 ‘열린 병영’의 조건 중 하나로 ‘정직’을 꼽았다.
“최근 우리 군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정직하지 않은 집단’이라고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지휘관들이 자신의 보신을 위해 사건·사고를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는 비판도 들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절대 들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일찍이 공자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설파했습니다. 정직이 바로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평가받아야 합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신속히 보고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악성 사건·사고로 확대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본인도 실천하지 않은 국방장관 지휘서신을 누가 따르겠는가.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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