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 “국회심의과정 더 논의”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 인상폭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2000원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정책위부의장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담뱃값 인상폭이 다소 낮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인상폭은 조금 더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홍 부의장은 “어차피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면밀하게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인상이 적절한지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자칫 서민의 물가인상 부담에 따른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와 이에 따른 질병 및 의료비 절감효과를 감안하면, 담뱃값 인상이 서민정책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담배를 바로 끊거나 줄일 수 없는 서민층이 늘어난 가계지출의 책임을 정부·여당 탓으로 돌릴 수 있어서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 이명수 의원은 통화에서 “담뱃값 인상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며 “갑자기 담뱃값을 올렸을 때 단기적으로 보면 중산층은 그대로 담배를 피우고 서민층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담배를 끊어야 하는 상황에 반발심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인상폭과 시기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 발표 시점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된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당정협의나 상임위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일방 발표한 것은 조금 아쉽다”며 “지금은 국회가 열리지 않아 담뱃값 인상폭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국회가 세월호법 협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야당에 협상카드만 한 장 더 쥐여준 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박세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