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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정권 낙하산 세력다툼에 KB금융 '만신창이'

입력 : 2014-09-12 20:23:16 수정 : 2014-09-13 00: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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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회장 “진실 규명 적극 나설 것” 금융당국과 결사항전 의지 밝혀
신제윤·최수현 책임론도 비등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확정되면서 4개월 가까이 끈 ‘KB금융 내분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임 회장이 사퇴 거부와 함께 법적 소송 불사 의지를 밝혀 KB 내분사태는 금융사와 당국 간 대결이란 ‘2막’을 예고했다. 이번 사태는 전·현 정권의 낙하산 수장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이 싸움판에 감독당국 수장이 ‘직’을 걸고 뛰어드는 등 후진적인 한국 금융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꼴이 됐다.

◆금융위 초강경 처분 왜


금융위원회가 12일 회의에서 임 회장에 대해 해임권고 아랫단계인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초강경 처분을 의결한 것은 강한 사임 압박이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 전 자진사퇴 의사를 타진했지만 임 회장은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의에 출석해 중징계 처분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설명했고, 이후 기자들을 만나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를 계기로 KB에 우호적인 금융위원들조차 등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금융위는 “위원 9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지난 4일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 직후 사퇴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달리 기자간담회와 계열사 사장단 성명을 통해 연일 당국 결정을 비판했다. 이는 금융당국, 크게는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비쳐졌다. 12일엔 청와대가 최 금감원장을 경질키로 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청와대가 즉각 부인했지만, KB의 최 금감원장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결국 금융위는 초강경 대응이 아니고는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임 회장의 손발을 묶기 위한 후속 조치도 신속했다. 금융위 의결 직후 ‘당일 오후 6시부터 직무정지를 발효한다’는 통보서를 KB에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 회장은 회사 비용을 쓰거나 내부 조력, 보고 등 일체의 공식 활동이 제한된다”며 “이를 어길 경우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된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비상체계 가동도 주문했다. 정찬우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합동 비상대응팀이 꾸려졌고, KB지주와 은행 등에 금감원 감독관이 파견됐다. 혹시 모를 금융사고에 대비한다는 명분이지만, 임 회장의 우회적인 업무 처리를 차단하는 목적도 깔렸다.

금융위원회가 12일 KB국민은행 주 전산기 전환사업과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한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부터)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임 회장이 금융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금융위 건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당국 책임론도 비등


임 회장은 금융위 결정에 대한 불복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중징계 의결 이후 자료를 내고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을 금감원장이 뒤집고 다시 금융위에서 한 단계 높인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또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국의 압력에 끝까지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임 회장의 항변처럼 이번 금융위 결정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일한 사안에 3가지 판단이 내려진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우선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서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다시 업무에 복귀해 일하면서 싸울 여력이 생긴다. 이어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구제책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송의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가량 걸린다. 다툼이 길어지면 2016년 7월인 임기를 채울 수도 있다.

이 경우 금융당국은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 KB사태는 더욱 혼란으로 빠지고 화살은 신 위원장과 최 원장으로 집중될 수 있다. 이미 금융당국 책임론이 비등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이 전 행장의 검사요청이 접수된 이후 5개월 가까이 KB사태를 방조해 위기를 불렀다는 책임론이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다른 목소리가 노출되는 사이 감사원이 개입하며 상황이 더욱 꼬였다. 이에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로비전으로 대응했고, 결국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두 달간 징계수위를 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KB사태는 정부와 친분이 있는 낙하산 인사 간의 파워게임으로 보인다”며 “관치금융의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기관이 보신주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금융은 도약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현일·이현미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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