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우크라 사태 진전 없다” 러 금융·국방 등 새 제재안 발표
푸틴, 서방 압박맞서 中과 협력
시진핑 ‘양다리 외교’ 실리 챙겨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국제적 테러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신냉전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카드에 반기를 들며 반미세력 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곧바로 우크라이나 군사개입을 이유로 대러 추가 제재에 나섰다. 그 사이 중국은 미·러 간 충돌과 대립을 틈타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자원 확보 등 경제실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미·중·러 ‘빅 3’사이에 대립과 협력, 상호견제가 꼬리를 물며 신냉전의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의 도전, 서방의 응징
미국이 IS 근거지인 시리아에 대한 공습 카드를 꺼내들자 러시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의 승인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없는 미국의 공습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IS 격퇴를 위해 국제적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미국의) 이런 행보는 도발행위”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미국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EU의 추가 제재안이 발효된 12일에 맞춰 금융·에너지·국방 분야에 대한 신규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제제안에는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주요 은행의 미국 채권 및 주식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등 에너지·방위산업 분야 5대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확대했다. 미국 기업의 북극해·시베리아 유전 지대 합작 사업도 금지됐다.
EU도 강도높은 제재조치를 동원, 돈줄 죄기에 본격 나섰다. EU는 이날 관보에 게재한 추가제재안을 통해 앞으로 가스프롬 등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 3곳과 방위산업체 3곳이 유럽 자본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EU는 에너지·방위산업 분야에서 대러 의존도가 높은 점을 의식해 제재 대상에서 이들 기업을 제외, ‘솜방망이제재’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추가 제재대상에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체메조프 국영 로스텍 대표 등 개인 24명이 새로 추가됐다. 이로써 EU가 여행금지·자산 동결 조치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반군의 관료와 기업인은 모두 119명으로 늘어났다. EU의 추가 제재에 대해 러시아 측은 “러시아의 우려를 반영한 보완책이 추가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와 EU의 협력협정이 발효되는 11월부터 대칭적 보호무역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대응을 예고했다.
◆주가 치솟는 중국
러시아는 서방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타지키스탄에 머물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정상회담을 열어 외교·경제 등 전략적 협력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러시아 서부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잇는 서부 가스관 건설 사업과 함께 고속철·항만·위성항법시스템·항공기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국제 현안에 중국의 지지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자국 입장을 설명하자 시 주석은 “포용성 있는 대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극단주의 3대 세력을 결연히 타격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송민섭 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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