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아비가 무언가 주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취직 원서를 냈다가 어렵사리 한 기업에 붙었다.
요르단 근무라는 취업 조건이 아비의 마음에는 걸렸지만 아들은 두 말 없이 ‘서역’으로 떠났다. 아들을 공항에서 보낸 뒤 집에 돌아와 단숨에 써낸 시가 그 시란다. 아비를 믿었더라면 여유를 가지고 다른 곳을 좀 더 알아볼 수도 있었을 터인데 가난한 부모를 둔 탓에 훌쩍 떠났다는 자괴감이 시인의 가슴을 죄었다고 한다. 이렇게 썼다.

신문 칼럼에 이 시를 인용했는데 아들과 알고 지내던 요르단 한국 대사관 사람이 이 시를 읽고 아는 체를 하여 생색이 났다고 한다.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강수걸 ‘산지니’ 대표와 서울에 올라와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시가 아무리 쓸모없는 시대라지만 시가 아니면 어떻게 금정산을 통째로 보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시선집 시리즈를 내기로 하고 기획한 첫 시집이다. 지방 문단에서 확고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전국구를 지향하는 의미 있는 기획인 셈이다.
최영철은 부산에서 내내 살다가 2010년 이윤택 연극 집단이 터를 잡은 김해로 들어갔다. 지금은 창작집단과는 떨어진 외진 촌락에 살고 있다는 그는 “시골로 들어가니 힘이 생기고 새로워진 느낌”이라며 “도시에 살 때는 잘 몰랐는데 강 건너에서 보니 도시의 문제들이 오히려 잘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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