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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유커 두 풍경… “매출 대박 ” vs “아수라장”

입력 : 2014-10-05 19:46:11 수정 : 2014-10-06 15: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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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서 앞다퉈 내렸다. 이들은 백화점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9층 면세점에는 쇼핑백 꾸러미를 든 유커로 가득했다. 한국 화장품 매장 앞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유통업계와 호텔업계가 ‘유커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들의 기대감이 불만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관광지로 안내됐고, 상인들로부터는 ‘봉’ 취급을 받았다.


◆7일간 유커 16만명 방한… 유통업계 ‘대박’

‘유커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명동과 인사동 주변, 롯데백화점, 동대문상가 등에는 연휴 내내 분주했다. 롯데백화점 건너편에 자리 잡은 명동의 화장품 가게들은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았다. 한 화장품 로드숍 직원은 “지난 1일부터 중국인 손님이 밀려들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는 중국어로 “환영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한 상가는 지난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방문한 상점이라고 써붙여 놓았다. 동대문 시장에서 만난 관광객 쑤샤오윈(29)은 “관광하기 좋다고 알려져 이번 연휴에 일본이 아닌 한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포동 광복로에도 유커들이 몰려다녔다. ‘구어칭따쮜후이’(國慶大巨惠, 국경절 할인)라는 현수막을 내건 한 화장품 가게에는 중국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도로 갓길의 환전소에서는 바쁘게 돈을 세는 중국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제주도에도 유커들이 몰려들었다. 5일 중국 옌타이와 상하이를 기점으로 각각 운항하는 2척의 크루즈선을 타고 3470여명이 방문했다. 성산일출봉 등 해안 관광지에는 아침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북적거렸다. 제주도에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5만3000여명의 유커가 방문했다.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에도 유커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인 인천시립박물관과 송도 석산도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관광공사는 7일까지 방한하는 유커가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관광버스 주차장 마련해야

유커 수십만명이 몰려들면서 일부 서울시내 도로와 거리는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롯데쇼핑센터 주변과 남대문시장 인근에는 관광버스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직터널 인근에도 관광버스들이 도로 한 차선을 점령하고 관광객들을 태우거나 내리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교통혼잡이 일시적으로 빚어졌다.

동대문에서 철물점을 하는 이동훈(42)씨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매일 가게 앞을 가로막고 있다”며 “사람이 몰리는 저녁 8∼9시에는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버스가 주변을 빙빙 맴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만난 시민 이모(28·여)씨도 “명동역에서 명동 입구까지 걸어가는 데 15분이 넘게 걸려 답답하다”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여러분의 명동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중국어 플래카드가 내걸린 서울 명동 거리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서울을 비롯해 부산 제주 등에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 유통 특수를 누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관광 불편·안전대책 필요


유커들은 일부 상인의 ‘강매’나 불친절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만난 중국인 왕스오(39)는 “명동 거리에 가면 중국인들을 잡으려는 호객 행위가 많다”며 “비즈니스로 한국을 자주 방문하지만 매번 인상을 구기게 된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일부 상인의 강매행위 신고소 개설을 원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관광객 장춘웨이(40)는 “버스 안에서 홍삼을 강매한 적도 있다”며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여대생 교치(23)는 “사흘째 한국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지만 명동에 경찰서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위급한 일이 생기면 호텔밖에는 믿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정선형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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