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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실세” vs “억울한 야인”… 說만 무성한 미스터리맨 청와대가 올해 초 정윤회(59)씨를 감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어떤 공식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관가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얼굴을 대면한 이가 드문데도 “현 정부의 막강 실세”라는 말이 떠돈다. 그렇다고 그가 막후에서 어떻게 권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정씨에 대해 감찰에 나선 것도 그를 둘러싼 의혹이 진위와 상관없이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 회자되는 권력 실세설

‘친박근혜’(친박)계를 대표하는 한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박 대통령을 별도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친박’계 의원 대부분이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이런저런 ‘소외감’을 갖고 있다. 대통령과의 독대 여부, 전화 통화 여부 등 권력자와의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실세’의 서열이 매겨진다. 정치권 인사들의 전언을 들어보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친박’ 여부를 떠나 실세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정치인들이 꼽는 ‘실세’는 따로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내에서 그의 위상을 감안하면 실세로 꼽히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정씨의 이름이 실세로 거명된다는 데 있다. 당사자는 물론 청와대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지만, 그를 가리켜 ‘숨은 실세’ ‘비선 실세’ ‘그림자 실세’로 언급하는 이들이 적잖다. 공식 직함도 없는 민간인이 어떻게 ‘힘’을 휘두른다는 것일까.

청와대가 정씨에 대해 감찰에 착수한 첩보 내용의 핵심은 인사 개입 의혹이다. 정부 고위층 인사에 개입하면서 금품을 수수한다는 첩보 내용을 토대로 주변 인물 중심으로 확인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몇 년 동안 별다른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인사 개입 의혹은 집권층 내부 세력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2월 ‘얀슨’이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게 정씨의 가장 최근 활동이다. 얀슨은 커피 수입·판매, 체육 관련 용품 수입, 승마장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두고 있다. 정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7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후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각종 의혹과 관련해) 신설되는 특별감찰관이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해달라. 재산, 이권 개입, 박지만 미행 의혹, 비선 활동, 모든 걸 조사하라. 나는 결백하다”는 취지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청와대 3인방인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비서관과) 접촉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인터뷰에서 정씨는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가지고 있어 그 수입으로 생활했다”고 했지만, 실제 그 무렵 부인 최순실씨와 이혼한 상태로 알려져 발언의 진위에 대한 논란을 낳았다.

앞서 지난 3월 정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주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씨 측 대리인은 지난 19일 이 주간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에서 “실체가 없는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1월 감찰한 것으로 확인된 정윤회(59)씨가 지난해 7월19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에 앉아 있다. 정씨는 정확한 프로필은 물론 얼굴 사진이 제대로 공개된 것이 없다.
한겨레신문 제공
◆출생부터 이력까지, 베일속 인물


정씨의 본적은 강원도 정선군이다. 하지만 그곳은 정씨 아버지 세대의 연고지일 뿐, 정씨 본인은 어디에서 성장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주변인들도 출생신고가 있는 서울 종로구에서 성장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출생연도도 공개된 적이 없다. 예전 한 언론사에서 정씨 지인이 “그(정씨)와 술을 마시다 내가 궁금해 ‘서로 민증(주민등록증) 까보자’고 했다. 그때 그가 1954년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공식 출생연도는 1955년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서울고 출신이 대거 약진한 배경에 정씨가 서울고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정씨는 서울고 인근(당시 서울고는 신문로에 위치)의 보인상업고등학교(현 보인고) 출신(1974년 졸업·30회)으로 보인다. 이 학교 30회 졸업생 중에 ‘정윤회’란 인물이 실제 존재한다.

정씨 출신대학을 두고도 연세대 혹은 성균관대란 이야기가 돌았지만 모두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연대 총동문회 명단에는 정윤회란 이름이 없다. 정씨가 1993년 3월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를 받은 사실은 확인됐다. 대학 졸업 후 정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다는 보도도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정씨는 1995년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에게서 난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씨와 결혼했다. 정씨가 최태민 목사의 비서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보좌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은 정씨에 대해 “최 목사의 사위란 것을 알았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한 인연이 됐고 이후 입법보조원으로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정씨는 그러다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복당한 2004년 이후 공식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자취를 감췄다. 기자들을 포함해 알고 지내던 지인 대부분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삼성동팀’ ‘강남팀’이란 외곽 조직을 이끌고 박 후보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그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 회자됐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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