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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직기강비서관실 핵심2人 잇단 하차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실 멤버인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사표 제출이 알려진 것은 지난 4월22일이다. 사표 제출 시점은 1주일 전쯤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두 달 정도 앞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A경정이 경찰청으로 원대 복귀했다.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 사퇴와 A경정의 인사 조치에 대해 ‘개인 신상’, ‘통상 인사’라고 각각 해명했다. 하지만 공직자들에 대한 비위 확인, 감찰 업무를 맡았던 두 사람이 잇달아 청와대를 떠난 배경에는 이들의 ‘업무’와 무관치않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북 대구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은 사시 28회 출신으로 수원지검 공안부장, 법무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청와대 1기 비서진에 합류했다. 지난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적발한 비리 행정관이 확인된 사례만 최소 10명에 달할 정도로 업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집권 초 공직 기강을 다잡아야한다는 의도에서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부 관계자는 24일 “조 전 비서관은 중요 사안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서면 보고할 만큼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무 추진 과정에서 원칙론을 고수하는 탓에 상층부와 마찰이 잦았다는 후문이다.

올 들어 공직기강비서실에서는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59)씨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이 시작됐다. A경정이 입수한 첩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부적으로 정씨가 박 대통령의 정치인 시절 측근으로 활동했던 점을 감안해 감찰에 착수했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박지만 EG 회장 부부 관리를 맡고 있었던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원래 민정비서관실 업무인데 조 전 비서관의 강직한 성품을 아는 박지만 회장이 조 전 비서관 외에는 누구와도 소통하려 하지 않아 박 대통령이 그렇게 교통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94년 초임 검사이던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수사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으나, 수사 과정에서 신뢰가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A경정이 복귀하기 직전 청와대 내부에서는 감찰 내용의 외부 유출을 둘러싸고 투서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거명된 A경정의 원대 복귀 조치가 진행됐고, 조 전 비서관의 반대에도 결국 인사 조치가 취해졌다. 공교롭게도 조 전 비서관의 사퇴 과정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지난 4월 초 본지의 ‘청와대 행정관 비리 면책특권’ 의혹 보도와 관련해 문건 유출의 책임을 물어 사표를 수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와대 핵심 인사가 조 비서관을 직접 불러 ‘내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한 관리에 책임을 지라’고 말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본지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의 비위를 적발해 면직, 원대 복귀 등 조치한 내역을 입수해 비판했고 그 뒤 청와대는 정보 유출자를 찾겠다며 감찰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이 잇달아 중도 하차한 배경에 업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A경정의 원대 복귀 이후 정윤회씨에 대한 감찰이 사실상 중단되고 조 전 비서관 사퇴로 핵심 기능이 민정비서관실로 이관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정 당국의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 사퇴 이후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거의 와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정씨 감찰의 후폭풍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청와대의 정씨 감찰 중단 의혹에 대한 본지 보도와 관련,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윤회의 ‘정’ 자만 나와도 청와대까지 벌벌 떠는 것을 보며 국민의 의혹은 깊어만 간다”면서 “정씨에 대한 감찰과 관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청와대는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하며 의혹의 전모에 대한 검찰의 즉각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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