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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내려도 기업투자는 안 늘어

입력 : 2015-01-25 18:54:44 수정 : 2015-01-25 18: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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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3년 37조 감세 혜택 받고 39조 투자
세수 줄어 재정난… 결국 연말정산 세금폭탄 대란
박근혜정부가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고 있다. ‘동그란 네모’,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형용 모순과 같은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이 조세·재정정책을 궁지로 몰고 있는 탓이다. 법인세를 중심으로 이명박정부의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담뱃세, 주민세를 올리고 월급쟁이 유리지갑을 훑는 ‘편법증세’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연말정산 파동은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국민공감은커녕 정부 정책의 효과도 거둘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법인소득세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선을 긋고 있다. “법인세(법인소득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로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정부와 재계가 줄곧 내세운 논리다. 과연 정부와 재계 주장대로 법인세 인하는 기업투자 확대로 이어졌을까.

정부는 실제 법인세율을 낮추고 여기에 여러 감면혜택을 얹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줬다. 감세정책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세율 기준 30%대였던 법인 명목세율은 22%로, 20%를 넘던 실효세율(실제로 낸 세금 기준)은 2013년 16.0%로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문제는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촉진했음을 보여주는 어떤 통계나 분석도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감세정책으로 2009∼2013년 5년간 기업들이 감면받은 세금은 37조여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과 국세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민간의 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액은 39조원으로 감면액보다 겨우 2조원 웃도는 규모다. 감면액 대비로 연평균 투자 증가액이 4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실효세율이 20%선으로 훨씬 높았던 노무현정부(2003∼2007) 5년간의 투자 증가액은 53조원으로 1.36배에 달한다. 기업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던 시기에 더 많이 투자를 했던 것이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각종 투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민간부문은 당연히 기업투자가 이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실효세율이 1991년 23.5%, 2008년 20.5%, 2013년 16.0%로 떨어질 때 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은 상승한 게 아니라 거꾸로 33.3%→26.1%→25.0%의 하향 흐름이었다. 결국 감세정책은 기업투자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세수만 줄여 정부 재정 여건만 악화시킨 꼴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법인세를 낮춘다고 투자가 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지적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산업화시대엔 투자할 곳은 많은데 자금이 부족해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자금은 남아도는데 투자할 데가 없어 사내유보를 하고 있다”며 “법인세를 더 거둔다고 국내투자가 감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제 법인세와 투자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이귀전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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