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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다시 체험한 '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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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8 06:00:00 수정 : 2015-02-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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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10년차 김선영 기자의 육군 ‘혹한기훈련 1박2일’
"출동" 명령에 25kg 군장 메고 신속히 진지로… 실제상황 방불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인근 혹한기 훈련장에서 방어부대가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매서운 추위 속 밤하늘에 별이 유난히 반짝인다.
김범준 기자
“이거 어떻게 입는 거지?”

지난 11일 오전 6시쯤. 혹한기 훈련을 앞두고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10년 전 전역한 부대를 찾아와 후배 전우들과 함께 하는 훈련이다. ‘낙오를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는지 밤새 뒤척였다. 그래도 긴장해선지 정신은 또렷했다. 기자는 이전 얼룩무늬 전투복 세대로, 신형 디지털 무늬 전투복은 처음이었다. 방상내피 일명 ‘깔깔이’는 10년 전 그것과 달리 목까지 올라오는 깃이 있었다. ‘접으면 되겠지… 벌써 어리바리하면 안 되는데.’ 대충 깃을 꾸겨 넣고 방상외피(야전상의)를 걸쳐입었다. 전투복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상의를 빼서 입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며칠 동안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오전 7시, 다행히 날씨가 제법 풀려 겨울치곤 포근했다. 사단 공보장교인 강태권(25·3사 48기) 중위의 안내로 훈련을 받을 78연대 1대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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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도 대대에서 ‘불편하지만 실전적인’ 훈련 시작

위병소를 지나다 ‘차성도 대대’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보통 대대의 별칭으로 ‘백호’나 ‘들소’, ‘불사조’ 등은 들어봤지만 사람 이름은 생소했다.

사연이 있었다. 1970년 1대대 2중대의 소대장이었던 차성도 중위는 당시 소대 야간방어훈련에서 한 소대원이 수류탄을 투척하려 안전핀을 뽑다 실수로 손잡이를 놓치자 몸으로 수류탄을 덮어 병사들을 구하고 자신은 복부파열로 순직했다고 한다. 그를 기리기 위해 대대 위병소 옆에 추모상도 세우고, 대대는 ‘차성도 대대’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차성도 중위가 근무했던 2중대도 ‘차성도 중대’라고 불린다. 기자가 배속된 중대였다.
부대에 들어가자 병사들이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훈련을 받는 부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병사들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10년 전 혹한기 훈련 때와 달랐다. 그때는 오전 6시부터 준비태세가 발령돼 상황이 시작됐다. 혹한기 훈련뿐 아니라 모든 훈련의 개시는 매번 오전 6시였다.

부대 관계자는 “지금은 훈련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시간을 조정한다”며 “실제로도 매번 오전 6시에 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현재 전쟁개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미 군 당국의 정보자산으로 충분히 전쟁 개시 전에 징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준비태세가 발령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훈련의 내실에 신경을 더 쓴다”며 “실전적으로 하는 훈련을 표방하다 보니 훈련이 불편해 아예 ‘불편한 훈련’이라는 이름도 붙였다”고 덧붙였다.
◆10년 만에 K-2 들고 완전군장 메고 얼굴엔 위장도


1대대장 정상협(42·육사 52기) 중령으로부터 K-2 소총을 수여받았다. 오랜만에 잡는 K-2였지만, 묵직한 느낌은 여전했다. 2중대 3소대 3분대의 3번 소총수로 배치됐다. 오전 8시. 준비태세가 발령됐다.

병사들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 방송으로 나오는 상황전파 내용을 받아적고는 능숙하게 각자 군장을 메고 임무수행을 위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10년 전과 또 다른 풍경이었다. 동기생활관에 있던 병사들이 상황이 떨어지자 소대 단위로 뭉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안면위장을 실시하고 소속된 3소대 3분대를 찾아갔다.

치장물자와 식량, 탄약 등을 분류하고 각 소대의 소산진지로 이동하는 절차가 순식간에 진행됐다. 3분대장 장병덕(24) 하사의 뒤를 따라 군장을 메고 소산진지로 가서 경계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멘 25㎏의 완전군장이 어깨를 눌렀다.

이동하면서 K-201 유탄발사기 사수들이 전투조끼에 끼운 하얀색 병이 무언지 물었다. 장 하사는 “K-201의 40㎜ 유탄과 똑같은 무게로 교보재를 만든 것”이라며 “먹고 남은 요구르트 병에 시멘트를 넣어 무게를 맞춰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중대는 신형 마일즈(다중통합 레이저 교전체제) 장비를 이용한 전술 훈련을 했다. 올해 1월 사단에 보급된 이 장비를 전술훈련에 사용하는 것은 27사단에서 2중대가 처음이라고 했다.

훈련교장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했다. 또 놀랐다.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훈련이든 군장을 메고 행군하는 것이 당연했던 당시가 마치 먼 옛날 같았다. 27사단 정훈공보참모 김진남(36·3사 37기) 소령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교육훈련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틀에 짜여진 보여주기식 훈련이 아닌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훈련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인근 혹한기 훈련장에서 27사단 78연대 1대대 공격부대소대장이 분대원들에게 명령을 하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전투식량 먹고 야외취침…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우리 장병


야간 마일즈 훈련이 시작되기 전 분대별로 경계를 취하며 전투식량을 저녁으로 먹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전투식량만 먹어봐서, 발열체로 데워서 먹는 즉각취식형 전투식량은 무척 신기했다. 맛도 좋았다. 데워진 햄볶음밥에 볶음김치 등을 비벼서 양념소시지와 함께 먹었다. 함께 제공된 파운드케이크와 초코볼도 별미였다.

이날 훈련은 오후 11시가 넘어서 종료됐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영지로 모인 장병들은 추운 날씨에 언 땅을 까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기 위해서다. 3소대 이승용(23) 일병은 “텐트를 잘 쳐야 그나마 덜 춥게 잘 수 있다”며 “바닥을 잘 고르고 깊숙이 파면 바람이 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숙영지 편성은 12일 오전 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오전 7시. “2중대 기상”이라는 불침번 병사들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간밤에 침낭 속으로 들어오는 한기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자기 전에 마시고 머리맡에 뒀던 생수통은 얼어 있었다. 날씨가 풀렸다고 해도 아직 겨울이었다. 새벽에 기온은 영하 7도까지 떨어지고 체감 온도는 영하 14도였다고 강 중위는 말했다. 텐트에서 나와 집합한 장병들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 점호를 받았다.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인근 혹한기 훈련장에서 공격부대가 방어부대를 향해 목표상 전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밖에서 보는 ‘요즘 군대’는 걱정투성이다. 그러나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곁에서 지켜본 우리 군 장병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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