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관리원이 지정한 첫 ‘안심주유소’인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국민행복 안심주유소입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읽다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치솟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2011년 12월 ‘알뜰주유소’를 도입한 지 40개월 만에 가짜 석유 퇴출을 위한 ‘안심주유소’까지 등장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알뜰주유소는 저유가 시대를 맞아 기름값 안정 효과가 점차 줄더니 일반 주유소보다 비싼 곳도 나타났다. 심지어 가짜 기름을 파는 곳까지 등장하면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안심주유소가 가짜 기름을 퇴출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8일 국내 ‘안심주유소’ 1호로 지정된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정재영 기자 |
안심주유소는 수년 전 알뜰주유소와 함께 등장한 ‘석유 품질보증 프로그램’의 변형판이다. 당시 알뜰주유소 등이 석유관리원과 품질보증 협약을 맺으면 1회당 품질검사 비용의 90%인 54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기준 286개 주유소가 이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힘들었고, 협약 업체 중에 가짜 주유소가 끊이질 않았다. 이에 정부가 가입요건과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구제 제도까지 묶은 안심주유소를 도입했다.
경부고속도 만남의 광장에 1호점 8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광장 주유소(EX알뜰주유소)에서 열린 ‘안심주유소 1호점 협약식 및 현판 제막식’에서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정부는 안심주유소를 올해 150개 지정하고, 2017년까지 4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기존 일반 주유소들의 반발이 심상찮다는 점이다. 먼저 ‘안심’이라는 브랜드에서 오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평택의 한 주유소 사장은 “정부가 관리해야 안심할 수 있다고 광고하면 다른 주유소들은 불안하고 다 가짜냐”라며 “가짜 석유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월 단위인 거래상황기록 보고를 주간 보고로 강화한 것도 모자라 사실상 정부 통제가 강한 주유소에만 계속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가짜 주유소 적발 비율 면에서 일반이나 알뜰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 책임을 일반주유소에만 지운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주유소협회 정상필 이사는 “지난해 기준 전체 1만2475개 주유소 가운데 가짜 주유소 적발 건수는 1.4%로 전년(1.6%)보다 감소했다”며 “가짜 주유소를 적발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결국 책임을 떠넘기고 시장에 너무 개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산업부 정양호 에너지자원실장은 “앞으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모든 혜택은 소비자, 즉 국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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