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닝요 전반 29분 코너킥 선제골, 종료직전 동점골 허용… 승점 1점
수원은 호주 브리즈번 3대1 꺾어 K리그 클래식 최강의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지난해 K리그 챔피언인 전북 현대가 최약체로 분류되던 빈즈엉(베트남)에 비기며 체면을 구겼다.
전북은 8일 베트남 빈즈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4차전 원정경기에서 베트남 V-리그 챔피언인 빈즈엉FC와 1-1로 비겼다. 전북은 이날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쳐 조별리그 2승 2무(승점 8)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산둥 루넝(중국)이 4-4로 비겨 E조 1위 자리를 가까스로 지켰지만 아시아 무대 제패에 적지않은 부담이 생겼다.
경기 초반부터 빈즈엉은 홈 관중의 열띤 응원을 등에 업고 예상외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잃을 게 없다”던 빈즈엉 응우웬 탄선 감독의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빈즈엉의 우간다 출신 미드필더 우세스 올로야는 기회만 생기면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선보였다. 정확도는 떨어졌지만 전북 골키퍼 홍정남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베트남 V-리그에서 6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세네갈 출신 아바스 디엥도 유연한 몸 놀림을 앞세워 전북 수비진을 수차례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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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베트남 빈즈엉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4차전 전북 현대와 빈즈엉의 경기에서 전북 현대 에두(오른쪽)가 빈즈엉 찐광빈과 공중 볼 다툼을 하고 있다. 빈즈엉=사진공동취재단 |
후반 들어 빈즈엉의 공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전북은 ‘닥공’을 펼치기 보다는 수비 진영에서 공을 걷어내기에 바빴다. 후반 7분 전북 수비진이 어설프게 걷어낸 공을 상대 응웬 안득이 받아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골문 윗부분을 맞고 튕겨 나왔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선수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후반 10분 이승현을 빼고 레오나르도를, 24분에는 에닝요를 불러들이고 김동찬을 투입하는 등 강수를 뒀지만 좀처럼 닥공의 모습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대 수비진에 꽁꽁 묶인 에두가 좀처럼 공을 잡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후반 내내 전북의 골문을 위협하던 빈즈엉은 경기 종료 직전 아바스 디엥이 동점골을 넣으며 승점 1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지난 5일 최 감독은 17명의 선수만 데리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빈즈엉과의 전주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깨어난 이동국과 대표팀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재성 등 주전 선수 4명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걱정스러운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우리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과 ACL을 모두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두 대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단을 이원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모두 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결국 무승부를 거두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원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쓴맛을 다셨다.
한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브리즈번 로어(호주)의 ACL G조 4차전 경기에서는 수원이 화끈한 골 폭풍으로 ACL 16강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수원은 권창훈-서정진-염기훈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득점’을 앞세워 3-1로 대승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2승1무1패(승점 7)를 기록, 브리즈번(1승1무2패·승점 4)의 추격을 따돌리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빈즈엉=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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