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시작한 작은 수업이 이토록 큰 효과를 거둘지 예상 못 했다. 심지어 다른 지역의 교사들도 비슷한 수업을 하고 싶다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카일 슈와츠의 이야기다.
슈와츠는 덴버의 도울 초등학교에서 3년째 근무 중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면, 이 지역 초등학생 대부분의 가정환경이 열악하다. 그가 근무 중인 학교 재학생 10명 중 9명이 급식을 무료로 먹거나 부분 부담할 정도로 가난하다.
이런 가운데 새 학기를 맞이한 슈와츠는 제자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선생님이 자신에 대해 반드시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을 편지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는 어린 학생들이 혹시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하는 걱정에 ‘익명’으로 편지를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제자들이 적어낸 편지를 본 슈와츠는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 집에 연필이 없어 숙제할 수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쉬는 시간에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걸 선생님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3살 때 아버지가 멕시코로 추방당했어요. 6년째 아버지를 못 봤다는 걸 선생님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자들이 보낸 편지는 이 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사전에 슈와츠가 ‘익명’으로 편지를 써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제자들이 자기 이름을 편지 끝에 적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자기의 어려운 사정을 다른 친구들이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슈와츠는 제자들이 보낸 편지 일부를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 결과, 자기도 제자들과 이런 수업을 하고 싶다며 도와달라는 다른 현직 교사들의 메시지가 슈와츠에게 쇄도했다.
슈와츠의 교실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쉬는 시간에 같이 놀 친구가 없다’며 편지를 보냈던 아이가 다음날 다른 친구들 무리 속에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슈와츠의 눈에 띈 것이다. 아이의 내성적인 성격을 알아챈 다른 학생들이 한발 다가가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슈와츠는 미국 ABC 뉴스에 “아이들의 편지에 마음이 울린 교사들이 반응하면서 트위터 게시물이 빠르게 퍼진 것 같다”며 “제자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슈와츠의 게시물에서 시작된 교사들의 움직임은 트위터에서 ‘#iwishmyteacherknew’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카일 슈와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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