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이번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증권사들이 발표한 내츄럴엔도텍 분석 보고서는 모두 44건인데 하나같이 장밋빛 일색이다. 보고서 제목부터 ‘세계를 향한 위대한 한걸음’(유진투자증권),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확인’(이베스트투자증권),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장애 개선 시장서 패션 아닌 대세!’(키움증권) 등 선정적 찬사가 넘쳐난다.
한국소비자원이 “가공전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4월22일)며 가짜 백수오 논란에 불을 댕기면서 시장은 잿빛이 되었지만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이들은 말이 없다. 늘 그렇듯 반성문을 쓰는 증권사는 찾아볼 수 없다. 사태 이후 관련 보고서는 지난달 23일과 24일 삼성증권이 낸 2건이 전부다. 삼성증권은 여기서도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투자의견을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한 단계 낮췄을 뿐이다.
이번 사태는 또다시 증권사 분석·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기업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회사가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읊거나 거기에 부화뇌동해 장밋빛 리포트를 쏟아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올라FN 강관우 대표는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백수오에 대해 뭘 알겠냐”며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소비자원처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적 백그라운드는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그는 “설사 그런 전문성을 갖췄다고 해도 한 기업의 리포트를 위해 몇달씩 그 검증에 매달리는 걸 허용하는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장대로 100% 진짜 백수오였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진짜라고 해도 내츄럴엔도텍은 너무 고평가돼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너도나도 부화뇌동하면서 시장의 탐욕을 키워 언젠가 당할 수밖에 없는 화였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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