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엽우피소의 인체 유해성 여부는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식약처가 인체 유해성을 가리기 위한 독성시험에 2년이나 걸린다고 하자 ‘관련 보상과 소송도 장기화될 것’이라거나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내놔야한다’는 등의 여론도 빗발쳤다. 더구나 이엽우피소가 인체 유해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 의견과는 달리 소비자원, 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곳곳에서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급히 해소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식약처가 배포한 Q&A 자료를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독성시험에서 ‘독성이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직접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었다.
이 문구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정자영 독성연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정 과장은 더욱 놀라운 얘기를 했다.
“이엽우피소는 이미 사람들이 섭취한 식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독성시험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기준, 즉 섭취에 안전한 용량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식약처가 배포한 자료에 적혀 있는 (독성시험을 통해)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는 문구와 정반대의 얘기였다.
정 과정은 “안전한지 안한지 검증하려는게 아니고 활용 목적으로 독성시험을 하는 것”이라며 “이엽우피소가 식품원료로 신청이 될 수도 있으니까 독성시험 결과가 나오면 그 데이터를 이용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만약 독성시험 결과 인체에 안전한 용량 범위가 실제 산업에서 응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작게 나올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도 “중국과 대만에서 식품재료로 등록돼 먹고 있기 때문에 그럴 염려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독성시험의 실익은 별로 없지만 국민이 불안해 하고 언론에서 의구심을 가지니 그 용량을 결정하겠다 그런 거지 이걸로 결정적으로 의문을 푸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6일 서울시내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백수오를 정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가운데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진짜’ 백수오 제품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정 과장은 재차 “인체의 독성을 규명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잘 좀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독성시험을 진행해야 할 담당과장이 독성시험의 성격에 대해 식약처가 발표한 것과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식약처가 빨리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의사협회는 “식약처 담당과장이 그런 말을 했다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지호 홍보이사는 “정말 그런 말을 했다면 식약처를 ‘식품회사대리처’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면서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정 과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발언을 한의사협회의 반박과 묶어 쓴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쓸데없는 논란으로 번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정 과장이 말하는 ‘쓸데없는 논란’은 식약처가 자초한 것이다. 식약처가 먼저 나서서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모두 해소해 줄 것처럼 독성시험을 소개해 놓고 사실은 그런 성격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이엽우피소의 안전성 여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하고도 꼭 거쳐야 할 논란이지 ‘쓸데없는 논란’이 결코 아니다. “이제 (백수오 사태를) 마무리할 때도 됐다”는 정 과장을 비롯한 식약처 공무원들의 바램과는 달리 백수오 제품을 복용한 이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은 아직 불안하고 궁금한 게 많다.
식약처는 결국 ‘독성시험을 통해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해명자료대로 이번 독성시험이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제대로 밝혀주는 시험이 되길 바란다.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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