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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인호, 박민욱, 안중민, 안혜성, 이광희, 정미현, 최영준 소믈리에. 소펙사 제공 |
셀러에서 와인을 꺼내 오픈하려던 소믈리에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순간 당황한다. 와인의 특성을 간파해야만 순발력이 있게 어울리는 음식을 자신있게 추천할수 있기 때문이다. “What is classfication this wine?” 프랑스 심사위원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못한 소믈리에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땀을 흘린다.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가 주관하는 2015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7일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결선에 진출한 소믈리에 7명은 모두 각 업장에서 내놓라하는 베테랑들. 약 4개월간 진행된 1, 2차 예선을 통해 결선에 오른 인물들이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자 실수를 연발할 정도로 이날 결선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결선을 지켜보는 관중들의 심장이 다 떨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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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차지한 안중민 소믈리에(왼쪽) |
첫번째 관문은 와인 주문을 받고 잔을 세팅하고 서비스하는 과정. 이 테스트의 핵심은 와인 브리딩을 위한 세가지 디캔더중 어떤 형태의 디케더를 고르느냐였다. 손님으로 가장한 심사위원이 주문한 와인은 브리딩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와인. 따라서 산소접촉이 적은 오리형 디켄더를 고르는 것이 정답. 대체로 소믈리에들은 답을 맞췄다.
하지만, 외국어로 와인의 등급을 물어보자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와인은 크리부르주아급 와인으로 이에 대한 설명을 하면 보너스를 받게된다.
두번째 테스트는 잔에 따라진 와인 맞추기. 소믈리에 앞에는 와인 4병이 놓였고 그 앞에는 와인이 담긴 잔 5개가 놓였있다. 소믈리에들은 와인을 테이스팅해 어떤 병의 와인인지 맞춰야하고 남는 한잔의 와인은 지역과 포도품종 등 특성을 설명해야한다. 장시간 고난이도의 테이스팅 훈련을 반복하지 않았다면 절대 맞출수 없는 관문. 더구나 이날 시험에 나온 4개의 와인은 모두 남프랑스 지역 와인들로 구분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만큼 테이스팅이 수준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했다는 게 주최측 설명이다.
세번째 테스트에는 재기발랄한 문제가 나왔다. 베트남 쌀국수에 많이 쓰는 고수를 넣어 만든 치즈와 와인과의 매칭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 와인과 치즈의 특징을 알고 매칭여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단계다. 정답은 와인과의 매칭이 어렵다는 것. 소믈리에들은 대부분 이 치즈를 블루치즈로 인식하는 등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정답을 맞춘이는 단 1명 더 플라자호텔 투스카니 안혜성 소믈리에다.
마지막 시험은 블라인딩 테이스팅.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두 가지를 추천해야한다. 주어진 시간 4분동안 와인의 특징을 파악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알맞는 음식을 추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역시 와인은 물론, 음식까지 두루 알고 있어야 통과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관문이다.
이날 결선 무대에 오른 7명은 비나포 박민욱, 줄라이 레스토랑 안인호, SPC 퀸즈파크 안중민, 더 플라자 투스카니 안혜성, 프렙 이광희, 호텔 리츠칼튼 서울 하나조노 정미현, W 서울 워커힐 호텔 Kitchen 최영준 소믈리에다. 이날 1위의 영광은 안중민 소믈리에가 차지했다. 안중민씨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와인 공부를 마치고 현재 SPC 퀸즈파크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다. 안중민 소믈리에는 올해로 두번째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했으며, 지난 1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는 3위에 입상하는 등 도전할 때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둬 실력있는 소믈리에로서 인정받았다. 안중민 소믈리에는 “소믈리에 대회는 꼭 한번 이루고 싶은 꿈의 무대였고 이번에 1위를 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게 돼서 기쁘다”며 “여기까지 오는데 원동력이 돼준 가족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선후배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소믈리에가 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결선 진출자 7명에게는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와 보르도 아끼뗀 지역 프랑스 소믈리에 협회(UDSF B.A)에서 발급하는 인정서가 수여됐다. 1위 수상의 영예를 안은 안중민씨를 비롯해 최영준, 안혜성, 안인호, 박민욱 소믈리에가 2위부터 5위를 차지했으며, 이들에게는 오는 9월 6일부터 19일까지 예정된 알자스, 남프랑스, 메독, 쌩떼밀리옹 등 프랑스 주요 와인 생산지역의 와이너리 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1위 수상자에게는 2015년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소비자가 350만원 상당의 리델 ‘슈페리제로’ 10종 2세트와 블랙타이 페이스 투 페이스 디캔터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대회를 주관하는 소펙사 코리아 정석영 소장은 “한국 소믈리에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들의 발전 속도에 맞춰, 어떻게 하면 더욱 실질적인 도움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며 “열정적이고 실력 있는 소믈리에들이 활발히 활동하여 성숙한 와인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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