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임씨가 타고 있던 2005년식 빨간색 GM대우 마티즈(800㏄·수동) 차량은 지난 2일 소유주가 변경됐다. 지난 4월28일 한 차례 소유주가 변경됐던 점을 미뤄 보면 중고차 매매상이 전 주인에게 차량을 매입한 뒤 이번 달에 임씨에게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킹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던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씨의 차량이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내 도로를 지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용인=연합뉴스 |
2005년 3월15일 처음 등록된 해당 차량은 올뉴마티즈(5도어해치백) 모델로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200만∼300만원에 거래된다. 부인 명의의 차량이 있는 상황에서 임씨가 갑자기 10년 된 중고차를 구입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해킹팀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서버가 해킹당했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6일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7일 해킹팀의 서버 해킹 소식이 처음 보도됐고 9일에서야 국정원이 주요 고객이었다는 점이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임씨가 목숨을 끊기 전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 2장을 공개했다. 임씨는 A4용지 크기의 노트 3장에 유서를 남겼으며, 2장은 가족에게, 1장은 국정원에 전하는 내용을 적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20일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가 가족에게 남긴 유서를 공개했다. 용인=연합뉴스 |
임씨는 유서에서 “여보 짊어질 짐들이 너무 무겁다. 운동해서 왕(王)자 만든다고 약속했는데, 중간에 포기해서 미안해. (아이들) 잘 부탁해. 부족한 나를 그토록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아내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또 “(큰딸에게) 미안하다. 너는 나의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잘 마치고 훌륭한 ◇◇이 되리라 믿는다. 아빠처럼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극단적인 아빠의 판단이 아버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요즘 짊어져야 할 일들이 너무 힘이 든다”라고 적었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임씨에 대한 실종신고 이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위치추적이 벌어진 데 대해 “임씨의 부인이 ‘부부싸움을 하고 남편이 나갔다’고 신고했다”며 “휴대폰이 켜져 있어서 찾기가 쉬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유서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임씨가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고,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 임씨의 자살 당일 행적에 대한 추적을 마치는 대로 이번 사건을 단순 변사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조병욱 기자, 용인=김영석·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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