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외국산 과일
4일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등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4년까지 계절별로 주요 과일의 수입물량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바나나, 오렌지, 포도, 체리 등 주요 수입 과일의 물량이 10% 증가하면 국내산 과일 품목의 가격이 0.5∼1.0% 떨어졌다. 가격 하락은 소비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외국산 과일의 국내산 과일 대체 효과에 따른 수요감소를 반영하는 것이다.
계절별 수입과 국내산 과일의 대체관계를 분석한 결과 외국산 포도와 체리는 봄과 여름에 수박, 참외, 포도를 대체했고, 바나나와 오렌지는 배와 단감, 사과, 감귤 등의 국내 소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름철 체리 수입 물량이 10% 증가하면 국산 포도와 참외 가격이 0.4%, 0.3% 각각 하락했고 겨울철 바나나는 배와 단감 가격 하락에 각각 0.5%와 1.0%씩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바나나는 봄에는 수박(0.7%), 여름엔 포도(0.6%), 가을철엔 사과(0.8%)의 가격을 떨어뜨려 1년 내내 국산 과일의 소비 하락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수입과일은 동일한 종류의 과일이 아니라도 소비 시기가 비슷한 다른 국산 과일의 가격 하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결국 외국산 과일 수입물량 증가는 국내 과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로 돌아간다.
특히 다른 연령보다 젊은 층의 수입 과일 선호도가 높다. 농경연이 지난해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국산과일과 수입과일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0대는 33.9%, 30대는 30.1%가 국산과일보다 수입과일을 선호했다. 전체 연령에서는 26.3%가 수입과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체리, 멜론으로 도전장 내민 농가들
외국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다 보니 국내 과수 농가도 체리, 멜론, 바나나 등 일부 품목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아직은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일부 품목은 외국으로 수출까지 되고 있다.
국내 체리 주산지인 경북 경주와 대구에서는 1930년대부터 체리를 재배했다. 경주는 우리나라 최대 체리 산지로 경주시 농산물 브랜드 ‘이사금’을 달고 전국에 유통된다. 포도로 유명한 경기 화성 송산면에서는 2004년부터 체리 나무를 심어 2011년 체리를 상품화해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현재 12개 농가가 체리를 재배한다. 경기도와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육성하는 경기도 농산물 브랜드 ‘잎맞춤’ 상표를 내걸고 체리를 생산한다. 국산 체리는 맛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데다 수입 체리보다 당도와 산도가 잘 어우러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화성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한 농민이 체리를 수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
농협중앙회 이상욱 농업경제대표이사는 “멜론의 수출 확대는 FTA시대에 대응하는 우리 농산물 유통의 의미 있는 이정표”라며 “향후 멜론을 수출 전략 조직으로 육성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농산물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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