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도 때론 외롭다. 당신의 소통상대를 찾아보세요.”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기혼자 주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드슨’을 표방한 한국판 애슐리 매드슨 사이트가 문을 열자 가입 신청자가 개설 첫날에만 2300명을 넘어섰다.
포털사이트에는 해당 사이트 이름만 검색해도 ‘기혼자 닷컴 후기’, ‘애슐리 매드슨 후기’ 등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이트들에 대해 불륜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이들은 “선정적인 사진이나 성매매 등을 알선하고 있지 않다”며 “기혼자 간의 ‘대화 창구’를 마련했을 뿐”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애슐리메디슨` |
A(50)씨는 4년 전 아내와 협의이혼을 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에 골인해 아들 하나도 두었지만 아내의 잦은 가출이 문제였다. A씨의 아내는 별거 도중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출산한 뒤 A씨 밑으로 아이를 등재했다. A씨는 서류상으로만 ‘친자식’인 둘째 아들은 본 적도 없었다. A씨는 어머니께 맡겨 놓은 큰 아이조차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를 전혀 닮지 않은 점도 의심됐다. 결국 큰 아들에 대해서 친자확인검사를 해 본 A씨는 “친자가 아니다”는 판정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연 1만2000여건에 달하는 상담 접수 건수 가운데 친생부인에 관한 상담은 2012년 54건, 2013년 69건, 2014년 59건으로 나타났다”며 “간통죄 폐지 이후 관련 상담이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간통과 혼외자 문제는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과 위자료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혼외자의 존재는 상대 배우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재산분할 및 상속 다툼에서 불이익을 안기고 있다.
지난해 5월 광주가정법원 순천지원은 “B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4000만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남편이 받은 유산 중 2000여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재산분할 받았다.
간통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나오는 배우자에 대해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간통죄 위헌 이후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자 간통한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초동의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 이후 ‘해볼 테면 해보라’며 되레 피해자를 우롱하는 사례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자료 액수를 늘리는 등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징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통죄 위헌 결정 이전만 해도 이혼 시 재산분할과 위자료액에서 이혼을 야기한 책임 배우자의 부담을 크지 않았다.
지난해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 등 3명이 발표한 ‘이혼 후 재산분할의 비율 및 이혼 위자료액의 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1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의 제1심 합의부 이혼 판결문 1098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위자료액은 2690만원으로 나타났다. 1000만∼3000만원이 54.6%로 가장 많았지만, 1000만원 미만도 22.4%에 달하는 등 실제 피해 배우자의 기대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순간에 이혼을 당하게 된 다른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와 학계가 유책 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액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