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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통죄 폐지 6개월… 달라진 풍속도

입력 : 2015-08-24 19:09:09 수정 : 2015-08-25 14: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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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저지르고도 되레 당당… 유책배우자 배상 현실화해야
62년 만에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배우자 몰래 부정을 저질렀던 상대 배우자의 재심 청구가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 족쇄를 벗게 되는 피고인은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헌재가 마지막으로 간통죄 합헌 결정을 한 2008년 10월 30일 이후 기소돼 형이 확정됐거나 확정될 사람이다. 23일 대법원에 따르면 간통죄 폐지 이후 ‘간통죄’가 포함된 성풍속에 관한 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건수가 303건으로 이 중 143건이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 근거가 사라지면서 간통 당사자는 형사적 책임은 면하게 됐지만 민사·가사상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를 ‘면죄부’로 오인한 기혼자들의 법률상 빈틈을 노린 파렴치 행각이 늘고 있다.

◆간통죄 폐지 이후 기혼자의 파렴치 행각 급증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 당신의 소통상대를 찾아보세요.”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기혼자 주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드슨’을 표방한 한국판 애슐리 매드슨 사이트가 문을 열자 가입 신청자가 개설 첫날에만 2300명을 넘어섰다.

포털사이트에는 해당 사이트 이름만 검색해도 ‘기혼자 닷컴 후기’, ‘애슐리 매드슨 후기’ 등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이트들에 대해 불륜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이들은 “선정적인 사진이나 성매매 등을 알선하고 있지 않다”며 “기혼자 간의 ‘대화 창구’를 마련했을 뿐”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애슐리메디슨`
간통한 배우자의 행태도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 간통 상대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를 버젓이 본처나 본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으로 올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A(50)씨는 4년 전 아내와 협의이혼을 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에 골인해 아들 하나도 두었지만 아내의 잦은 가출이 문제였다. A씨의 아내는 별거 도중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출산한 뒤 A씨 밑으로 아이를 등재했다. A씨는 서류상으로만 ‘친자식’인 둘째 아들은 본 적도 없었다. A씨는 어머니께 맡겨 놓은 큰 아이조차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를 전혀 닮지 않은 점도 의심됐다. 결국 큰 아들에 대해서 친자확인검사를 해 본 A씨는 “친자가 아니다”는 판정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간통 후유증인 혼외자 재산 분할 다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연 1만2000여건에 달하는 상담 접수 건수 가운데 친생부인에 관한 상담은 2012년 54건, 2013년 69건, 2014년 59건으로 나타났다”며 “간통죄 폐지 이후 관련 상담이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간통과 혼외자 문제는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과 위자료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혼외자의 존재는 상대 배우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재산분할 및 상속 다툼에서 불이익을 안기고 있다.

1962년 결혼한 B(여)씨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3남 2녀를 두고 있다. 10년 뒤 남편은 다른 여자 사이에서 C(41)씨가 생기자 어린 C씨를 본처인 B씨에게 맡기고 B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하지만 2005년 B씨의 친자식들이 C씨가 배다른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관계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남편이 유산으로 받은 부동산을 C씨에게 증여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친자식과 차별하지 않고 C씨를 길러 온 B씨는 남편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신과 친자식들이 길바닥에 나앉을 상황이 되자 C씨를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도 냈다. 

지난해 5월 광주가정법원 순천지원은 “B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4000만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남편이 받은 유산 중 2000여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재산분할 받았다.

◆간통 배우자에 대한 제재 수단 미흡


간통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나오는 배우자에 대해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간통죄 위헌 이후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자 간통한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초동의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간통죄 폐지 이후 ‘해볼 테면 해보라’며 되레 피해자를 우롱하는 사례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자료 액수를 늘리는 등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징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통죄 위헌 결정 이전만 해도 이혼 시 재산분할과 위자료액에서 이혼을 야기한 책임 배우자의 부담을 크지 않았다.

지난해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 등 3명이 발표한 ‘이혼 후 재산분할의 비율 및 이혼 위자료액의 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1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의 제1심 합의부 이혼 판결문 1098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위자료액은 2690만원으로 나타났다. 1000만∼3000만원이 54.6%로 가장 많았지만, 1000만원 미만도 22.4%에 달하는 등 실제 피해 배우자의 기대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순간에 이혼을 당하게 된 다른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와 학계가 유책 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 액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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