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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바라 보는 두개의 시선… 당신은

입력 : 2015-09-21 19:16:43 수정 : 2015-09-21 23: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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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어줄 수 있어도… 우리가 감당할 순 없다
지난 2일 터키 바닷가에서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인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난민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다수 시민들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거나 ‘한국행’을 원하는 난민들을 적극 껴안아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가입했으며, 국내 체류 난민이 늘어나면서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 중이다.

제도적으로는 ‘난민들의 안식처’로 인식될 만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난민에게 야박한 나라다.

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들이 13일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시리아 난민에 도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1994년 이후 지난 7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총 1만2208명이며, 이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522명에 그쳤다. ‘인도적 체류 허가’라도 받은 사람은 876명인데, 이들은 난민 인정자와 달리 가족을 초청할 수 없고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난민 인정자들은 여행증명서를 받아 다른 나라에 오갈 수 있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불가능하다. 난민 인정도, 인도적 체류자 허가도 못 받은 난민들은 우리나라를 떠나거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지내야 한다. 난민인권센터의 한 관계자는 “난민들을 보호하고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하지만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가짜 난민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정부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난민 지위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근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 시리아 난민도 우리나라에선 3명만 난민 인정을 받았고, 600여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난민인권단체 ‘피난처’를 찾아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국내 체류 난민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거나 혐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모(42)씨는 “우리 동네에도 외국인 범죄 때문에 흉흉한 뉴스가 많은데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 기반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난민을 함부로 받아들이다가는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게 된다”, “자기들 나라를 버리고 온 사람을 우리가 왜 받아야 하느냐” 등의 비난조나 거친 반응이 여과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시리아에서 건너와 인도적 체류자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함단 알셰이크(23)씨는 “한국에서 시리아 대통령을 반대하는 집회도 수차례 했고 페이스북에 현 시리아 정권을 비판하는 글도 여러 건 올려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걷어 달라고 호소했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변에서 3명의 아이들이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추모하기 위해 그를 형상화한 거대 모래상에 헌화하고 있다. 쿠르디는 지난 2일 터키 해변에서 얼굴을 모래에 묻고 숨진 채 발견됐다.
가자지구=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태국 난민캠프에 머무는 미얀마 난민 30여명을 한국으로 데려와 정착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무부는 태국·미얀마 접경 지역 메솟 난민캠프에 있는 미얀마 난민을 상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달 면접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난민캠프에서 한국행을 희망하는 난민이 있으면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심사 후 수용하는 ‘재정착 난민 제도’의 일환이다. 난민을 찾아가 데려오는 정책은 이미 미국, 호주 등 28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국이 동참하면 아시아에서는 2010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난민인권센터 류은지 사업팀장은 “이미 한국을 찾아 온 난민들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난민들은 정착금 등의 큰 특혜를 받지 않는 만큼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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