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시민들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거나 ‘한국행’을 원하는 난민들을 적극 껴안아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가입했으며, 국내 체류 난민이 늘어나면서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 중이다.
제도적으로는 ‘난민들의 안식처’로 인식될 만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난민에게 야박한 나라다.
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들이 13일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시리아 난민에 도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체류 난민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거나 혐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모(42)씨는 “우리 동네에도 외국인 범죄 때문에 흉흉한 뉴스가 많은데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 기반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난민을 함부로 받아들이다가는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게 된다”, “자기들 나라를 버리고 온 사람을 우리가 왜 받아야 하느냐” 등의 비난조나 거친 반응이 여과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시리아에서 건너와 인도적 체류자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함단 알셰이크(23)씨는 “한국에서 시리아 대통령을 반대하는 집회도 수차례 했고 페이스북에 현 시리아 정권을 비판하는 글도 여러 건 올려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걷어 달라고 호소했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해변에서 3명의 아이들이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추모하기 위해 그를 형상화한 거대 모래상에 헌화하고 있다. 쿠르디는 지난 2일 터키 해변에서 얼굴을 모래에 묻고 숨진 채 발견됐다. 가자지구=AFP연합뉴스 |
난민인권센터 류은지 사업팀장은 “이미 한국을 찾아 온 난민들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난민들은 정착금 등의 큰 특혜를 받지 않는 만큼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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