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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을 넘어왔지만… 남한 정착 어려워 제3국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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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29 18:28:29 수정 : 2015-09-29 2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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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분단 70년, 대한민국 다시 하나로] ⑤ 분단의 유랑민, 탈북민 #1. 2008년 탈북한 북한군 중간 간부 출신 A씨는 아직까지 한국 정부에 속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 군 중간 간부로서 누렸던 생활수준은 보장받을 줄 알고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넘어왔으나 그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몸은 한국에 있으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가족이 있는 북한에 머물러 있다. 중국 내 떠도는 북한 정보를 부지런히 챙기는 게 그의 ‘부업’이다. 그는 “북한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아마 지금 여기서 사는 것보다는 더 나은 만족감을 느끼며 살고 있을 것 같다”며 “한국에서 탈북자는 ‘2등 국민’ 신세를 벗어나기 힘든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추석인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고향을 떠나온 탈북민 가족이 철조망 건너 이북 쪽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2. 2010년 태국을 경유해 남한으로 넘어온 대학생 B씨는 주변 남한 친구들의 스펙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짧은 기간에 ‘북한 물’을 빼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스물 여덟의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으나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졸업과 취업을 앞둔 그는 요즘 밤잠을 자지 못한다. 그는 “영어가 가장 어렵다”며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해외연수까지 다녀오는 마당에 난 아무리 노력해도 남한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광복 70년·분단 70주년을 맞아 통일준비 역량 결집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민의 남한사회 정착은 여전히 쉽지 않다. 사선(死線)을 넘어 남한행에 성공했으나 상대적 박탈감과 적응 실패 등으로 인해 제3국행을 선택하거나 심지어 재입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통일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 탈북민부터 제대로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2015년 현재 국내 입국 탈북자는 2만81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탈북민의 남한사회 정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지난해 7∼9월 만15세 이상 탈북민 1만27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탈북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민 월평균 소득은 147만1000원으로, 일반 국민(223만1000원)보다 76만원이 적다. 이는 2013년의 141만4000원보다 5만7000원은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일반 국민과의 임금 격차는 여전한 것이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보면 탈북민은 47시간, 일반 국민은 44.1시간이다. 이 수치만 단순비교하면 탈북민이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이 일하지만 소득은 더 적은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탈북민은 비숙련·저임금 직종 종사비율이 높고 평균 재직기간도 짧다. 임금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탈북민의 고용형태를 보면 일용직 비율이 19.8%로 일반 국민의 3배에 달한다. 직업 유형도 ▲단순노무직(32.6%) ▲서비스직(23.1%) ▲기능직(12.2%) 등이 대부분으로 숙련도와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국내 입국 탈북민 가운데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재북 당시 직업 분류 가운데 ‘무직·부양’이 1만3199명으로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탈북민의 재북 학력도 중학교 졸업이 1만9271명으로 가장 많다.

남한 생활에 대한 탈북민의 기대치에 뒤떨어지는 현실은 곧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 목숨 걸고 넘어온 이들이 다시 남한을 버리고 제3국으로 떠나는 ‘탈남’을 선택하는 이유다. 정부가 공식적인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나 영국, 북유럽 국가 등으로 이민을 가는 이들도 상당수이고 심지어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가운데 북한 매체를 통해 재입북이 공식 확인된 탈북민은 모두 16명으로, 2000년 1명, 2012년 7명, 2013명 7명, 2014년 1명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100% 맞춤형’ 지원정책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탈북민의 자활과 자립을 돕는 방식의 지원이 바람직하고, 탈북민 스스로도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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