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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확대 적용은 죄형법정주의 위배"… 무리한 기소 도마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1심 재판에서 공무상기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 기소된 모든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검찰은 조 전 비서관 수사와 기소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검찰이 청와대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충분한 법리 검토 없이 수사와 기소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됐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대통령기록물 범위 확장은 죄형법정주의 위배”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 전 비서관이 유출했다는 청와대 문건의 성격이었다. 이 문건은 세계일보가 지난해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할 당시 근거로 삼은 문건과 동일한 문건은 아니지만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검찰은 이를 외부 유출이 금지된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해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문건의) 원본과 사본을 불문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만큼 그것을 유출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따질 필요조차 없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및 뇌물수수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박관천 경정이 2014년 12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재판부는 “청와대의 내부 보안이나 정보보호는 관련 규정을 보완해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확보해선 안 된다”며 “검찰 공소사실은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헌법의 죄형법정주의에 반한 무리한 기소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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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이런 결론은 지난 2월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이들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회의록 폐기를 공모했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두 사람이 삭제했다는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면서 대통령기록물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무죄 판결이 나온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1심에서 검찰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 판결을 받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 문건을 근거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보도 직후 정씨와 유착해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관계자들이 세계일보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특수2부에 배당하고,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현 정부 초기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박관천 경정이 문건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해 그를 구속했다. 검찰은 다른 경찰 간부 2명도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 간부 중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박 전 경정의 청와대 상관이었던 조 전 비서관을 문건 유출의 핵심으로 지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기소했다.

정선형·김민순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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