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적절한 수준의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조지 W 부시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하며 경쟁 후보로 나선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시사를 묶어 함께 비판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행보는 최근 며칠 사이에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클린턴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신념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지도자의 모범 사례”라고 극찬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연기방침을 지지했다. 반면 지난 13일 TV토론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16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의 TPP 비판에 대해 생각을 묻는 질의에 “시간에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대선 주자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사안별로 입장을 달리하는 클린턴 전 장관과 달리 트럼프 후보는 같은 당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트럼프 후보는 16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국가비상사태 대처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9·11테러가 부시 전 주지사의 친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기간에 일어났다며 사실상 ’부시 책임론’을 제기하며 논란을 야기했다. 트럼프 후보는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자면 바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그의 집권 기간에 (테러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후보는 “‘9·11테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시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숱한 질문을 피했다. CNN방송은 17일 사소한 일에도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던 도널드 후보가 입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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