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사드 곳곳 지뢰…남북관계개선 안전판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끝난 한일 정상회담을 끝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를 둘러싼 주요국들과의 올해 하반기 정상외교를 대부분 소화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 정상회의 일정이 남아있지만 지난 9월 한중 정상회담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1일 한일중 정상회의 및 2일 한일 정상회담 등 하반기 굵직굵직한 정상회의 일정을 일단락 지었다.
박 대통령은 일련의 연쇄 정상외교에서 북핵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한 공조를 이끌어 내고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한미동맹 공고함의 재확인, 중국과의 협력 강화, 한중일 협력체제 복원, 아베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 등 주도적 외교를 통해 우리의 활동공간을 확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격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 논란 등 폭발성이 큰 갈등요소도 적지 않아 국익에 관점을 둔 우리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中 열병식 파격 참석…한미동맹 공고함 재확인, '中경사론' 불식
지난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파격 자체였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정상 가운데는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참석했고,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서 박 대통령이 냉전시대 이른바 '북방 3각 동맹'의 주축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선 모습은 적지 않은 각인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열병식 참석 하루 전인 2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북한의 핵·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 전략적 도발을 막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당시 북한은 당 창건일 70주년 앞두고 전략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막은 데서 성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등을 통해 북중관계 개선에 시동을 건 중국의 '역할'이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막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3년 반 동안 중단됐던 한일중 정상회의 복원도 얻어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박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한국이 중국에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중국 경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한미관계는 물론 한중관계를 이간하려는 일본의 '여론공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중국 경사론'은 미국 워싱턴 조야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 때문에 한 달 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유난히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아태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기를 미국은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면서 중국경사론도 불식됐다.
◇한일중 복원, 아베와 첫 회담…한미일·한미중·한일중 3각축 가동
3년 반 동안 중단됐던 한일중 정상회의를 개최, 3국 협력체제를 복원한 것은 우리 정부의 주도적 노력의 결과이자 우리의 활동공간을 넓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일간의 역사·영토 분쟁으로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를 복원, 아시아·동북아 패러독스 극복을 위한 장정에 다시 나선 것이다.
역내에서 한일중 3국은 물론, 미중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반도·동북아의 긴장은 고조되고 우리의 역할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3국 협력복원은 일종의 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
3국간 협력은 패권 다툼에 나선 미중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에 첫 정상회담을 한 것은 중요한 전략적 변화로 보인다.
한일관계의 개선 필요성뿐 아니라 한미일 공조체제의 이완을 우려해온 미국을 향한 메시지 발신, 중일의 관계개선 움직임에 따르는 우리 외교의 고립 가능성 방지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핵 해결과 북한의 도발 억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어느 한 쪽과도 척을 질 수 없는 지정학적, 전략적 위치에 있다.
박 대통령의 일련의 정상외교 방점은 안보에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한미중, 한일중 등 다층적, 중첩 협력체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사드·위안부 곳곳에 지뢰…남북관계 개선도 관건
우리의 주도적 외교전에도 한반도, 동북아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장 큰 도전은 미중간 패권 다툼이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간에는 '근육'을 과시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간 갈등이 격화하면 미일 대 중국간 대립구도가 강화되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정부로서는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국제규범과 법 준수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란 역시 중국이 명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같은 고민거리로 등장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와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에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한미일, 한일중 중첩외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외교의 주도력 구축과 역내 평화 견인을 위해서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안정적 궤도로 올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우리가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대한 목소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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