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상 정치권 겨냥… 실제론 與 조준
靑 참모진 출마 관련 黨 압박 분석도
TK지역 물갈이론 맞물려 파장 예고 박근혜 대통령이 두달여 만에 주재한 10일 국무회의에서 꺼내든 ‘총선 심판론’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담은 작심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여야 정치권을 강도높게 질타한 것은 후폭풍을 각오하겠다는 자세다. 그런 만큼 지난 6월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심판론을 제기한 데 이어 다섯 달 만에 두 번째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자기가 요구하는 노동개혁에 반대하고 자기가 주장하는 가짜 민생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모조리 총선에서 떨어져야 한다는 협박”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심판론 타깃이 실질적으로는 여당을 조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 청와대, 정부 출신 인사들의 잇단 출마와 최근 불거진 ‘TK(대구·경북)물갈이론’ 등을 둘러싼 여당 내 계파갈등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전략공천과 상향식 공천을 각각 명분으로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계의 대결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친박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전·현직 장관, 청와대 참모진의 출마와 공천을 당이 알아서 챙기라는 압박으로도 여겨질 수 있다. 박 대통령 고향이자 정치적 지지기반인 TK지역에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시 소극적이었던 지역 의원들과 관련해 지역민들이 옥석을 구분해 달라고 요청하는 메시지가 읽힐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총선 심판론은 TK 물갈이론을 증폭시키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이 극도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전략공천 여부를 연계하는 기자들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파장이 커질 것에 대한 우려가 엿보였다. 비박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언급을 꺼렸다.
정의화(왼쪽부터)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부천사와 함께하는 나눔 토크 콘서트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문기자 |
이우승·이도형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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