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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男 뚱뚱해도 장군감…女 시집 못간다?

입력 : 2015-11-24 05:00:00 수정 : 2015-11-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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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 중 남자는 과체중 비율이 다른 나라와 비슷하지만, 여자의 경우 과체중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아동·청소년의 과체중 비율은 남자 아동·청소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남녀 비율 차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날씬함을 강조하는 외모지상주의가 여자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쳐 강박적 다이어트를 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여자 아이들이 날씬한 몸매를 유독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어린 나이 때부터 힘든 다이어트에 시달리고 있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도 다이어트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 신체·정신적 부작용이 우려된다.

OECD의 최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아동·청소년(만 5∼17세)의 과체중(비만 포함) 비율은 남자가 26.4%로 여자(14.1%)의 1.9배나 됐다. 한국의 이 격차는 OECD 최고 수준이다.

조사대상 33개 회원국의 평균은 남자 24.3%, 여자 22.1%로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남녀 차이가 거의 없으며, 영국처럼 여자가 남자보다 과체중·비만 비율이 높은 나라도 있다.

◆女, 걱정스러울 정도로 다이어트에 몰입

전문가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남자 아이들의 비만이 많다. 여자 아이들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다이어트에 몰입하기도 한다"며 "사회적으로 여성에는 날씬한 몸을 요구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데도 자신은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의 체중감소 시도율(최근 30일)은 여학생이 45.1%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남학생은 23.1%에 머물렀다.

체중감소를 위해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 먹기 ▲설사약·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 ▲단식 등의 부적절한 방법을 시도한 중고생의 비율은 여자 18.8%, 남자 13.4%였다. 자신이 실제보다 살찐 편이라고 인식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 인지율도 여자는 18.8%로 남자(13.4%)보다 높았다.

◆식사 후 구토를 통해 다이어트 시도하는 경우도 있어

2013 국민건강통계(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소아 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만 6∼11세의 경우 남자 5.2%, 여자 7.2%로 여자가 남자보다 2.0% 포인트 높았지만 12∼18세는 남자 17.1%, 여자 8.0%로 남자가 여자보다 9.1% 포인트 높았다.

이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의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체중 조절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교육부)에서도 2013년 체질량지수 기준 비만도가 초등학생 남자 9.7%, 여자 8.3%, 중학생 남자 16.5%, 여자 10.6%였으며 고등학생 남자 21.0%, 여자 13.6%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신체 이미지 인식에는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매스컴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초중고를 가리지 않는 다이어트 열풍에는 아이돌 그룹 등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열풍의 이면, 연예인에 대한 선망이 자리 잡고 있어

보기에 지나치게 말랐다 싶은 연예인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그걸 따라가려 한다면서 글로벌한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유난히 심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여자 아이들이 날씬한 몸매를 유독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다이어트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체로 어른들의 그릇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들을 내놨다.

누리꾼 A씨는 "어른들이 그리 만들었지 누굴 탓하리오. 어릴 때는 뛰어 놀아야 하는데…"라고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어린애가 골반 돌리면서 섹시 댄스…부모들 ‘천재네?’

B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도 골반 돌리면서 섹시 댄스로 오디션 보러 다니고, 그걸 또 부모들은 '천재'라며 밖으로 돌리는 세상인데 애들 나무랄 거 없다. 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게 잘못된 거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현상이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방송을 지목하는 의견이 많았다.

C씨는 "개그프로그램부터 뚱뚱한 개그우먼 외모·몸매 디스(공격)하는 개그를 구사하고, 이를 보고 재미있다며 웃어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으니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우리 어른들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D씨은 "아이들 잘못이 아닌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어른들의 희생양일 뿐이다. 지상파부터 노골적인 섹시미 강요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E씨는 "학생에게 화장품을 팔아 돈을 벌려는 화장품업체의 상술과 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강요하는 미디어의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정에서라도 외모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선 안돼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과 식습관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F씨는 "어린 시절에는 평생을 건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된다. 몸을 아름답게 가꾸기 전에 건강한 몸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하며, 정신적인 성숙함을 위해 세계 명작과 고전을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G씨는 "가정에서라도 외모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인성 교육은 고사하고 애들한테 뛰어 놀 시간도 안 준다"면서 잘못된 가정 내 교육 풍토를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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