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소비성향 71.5%…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
가계 빚이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3분기 가계부채는 분기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며 잔액이 1166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와 더불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고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액까지 불어났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이 아니라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게 될 때 있다. 미국이 연내 금리 정상화를 단행하게 되면 자금유출 등의 문제로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가 온다. 이 때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면 쓸 돈이 부족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가구당 월평균 지출이 10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급격히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빚…1166조원 돌파
자료제공=한국은행 |
가계신용은 은행권 가계대출은 물론이고 결제를 앞둔 신용카드 사용 금액, 보험사·대부업체 등의 대출까지 포함한 가계 빚을 보여주는 통계다.
올해 3분기에도 가계빚 증가를 주도한 것은 부동산 활황세와 맞물린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금융공사 앞 양도분을 포함할 경우 예금취급기관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20조7000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폭(20조4000억원)이 줄었으나 587조3000억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분기 1조2000억원 감소, 2분기 5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판매신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번 분기 가계빚 증가를 견인했다. 9월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 사용 금액 등 판매신용은 3조9000억원 증가한 63조4000억원이었다.
신성욱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과장은 "2분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8월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자동차 등의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면서 내구재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9월 말 추석을 앞두고 신용카드 증가폭이 컸다"고 덧붙였다.
◆ 신용 늘면 뭐하나…소비 심리는 위축
자료제공=통계청 |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전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1분기(-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39만7000만원으로 0.5% 감소했다. 소비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비소비지출 역시 83만4000원으로 0.4% 후퇴했다.
또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전년동기 대비 1.0%포인트 하락한 71.5%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3분기에 72.6%를 기록했던 평균소비성향은 2분기 71.6%로 하락한 바 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 비율은 37.7%로 전년동기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한은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분할상환 비중 확대 등으로 대출 원금 상환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한국 역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의 고정금리는 40.2%, 잔액기준으로는 29.7%에 불과해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어 경제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가계는 보통 원리금 상환 후 남는 돈으로 소비하게 되는데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위축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