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 마당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김 전 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난 19일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고비를 꼭 이겨내시고 반드시 회복하시리라 믿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영영 저희 곁을 떠나시고 말았다"고 애통해 했다.
김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 실로 대통령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했다.
이어 "거짓과 위계, 음해와 사술을 배격하고 한결같이 '대도무문'의 정도를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대의 앞에 단호한 대통령이었지만, 이웃들에게는, 동지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지난 5일간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일화로 소탈하고 가식없었던 대통령의 따뜻한 면모를 새삼 추억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고 회상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닷새의 장례기간 빈소를 지키면서 금방이라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문객 사이에 끼어 앉아 격의없는 대화를 함께 나누시는 대통령의 모습을 부질없이 상상해 보기도 했다.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 저 건너편에서 "나, 김영삼인데요"하는 대통령의 음성이 바로 들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한 뒤 "머지않아 저희 모두 대통령의 부재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말씀드린다.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 사모하던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명복을 빌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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