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구원과 한국정치학회이 공동 주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미래구상과 한·일관계’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는 유명한 전 외교부장관,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 등 양국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약 7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차분한 가운데, 날선 공방도 벌어지며 아베 총리의 우경화 정책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 전문가 간 인식 차를 드러냈다.
2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아베 신조 정권의 미래구상과 한·일관계’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한·일 양국 학자, 언론인들이 지금의 아베 내각의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준 연세대 교수, 함동주 이화여대 교수, 엔도 켄 훗카이도대학 교수, 김준섭 국방대 교수, 히라이 히사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아베 총리의 꿈은 강하고 자랑스러운 보통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며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제도 분쟁이 나타나게 된 이후로 중국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느냐가 큰 숙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아베가 본 민주당의 대응은 불만스러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일본이 중국에 떠밀려 힘이 없고 존재감이 없는 국가로 내려앉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패권 유지 또는 중국 견제에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일본의 외교적 목표로 보인다”며 “일본의 보통국가라고 할 때 보통이라는 것은 미·중·러와 어깨 견줄 수 있는 대국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신문 서울지국장은 아베의 꿈이 박근혜 대통령의 꿈과 비슷하다고 밝히며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두 지도자가) 정치지도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보수적이고, 아버지와 조부의 숙원을 스스로 정치적인 목표로 삼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불행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해야 한다는데 그야말로 아베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아이들 세계까지 남겨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상준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사회로 ‘일본의 꿈, 아베의 꿈 그리고 데자뷰”를 논의한 2섹션에는 아베 총리의 꿈으로 일컬어지는 집단적 자위권 등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두고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김준섭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일본 우파의 역사인식은 일본이 제대로 안 했으면 전 세계는 반영구적으로 백인에 지배됐고,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졌지만 미국과 접전을 벌이며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고 독립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며 “아베 총리는 우파적 역사인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서 헌법 9조에 대한 완전한 사망선거가 이뤄졌고 항공모함, 공격형 폭격기 등도 보유하게 됐다”며 “아베의 꿈은 이미 이뤄졌고 전후 체제의 핵심은 헌법9조의 무력화, 집단적 자위권은 이뤘기 때문에 누가 와도 바뀐 일본 정체성은 계속 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반면 엔도 켄 홋카이도(北海道)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본 평화주의는 집단적 자위권으로 180도 돌연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은 법령안과 국민적인 권리 안에서 유사시에 국민 권익이 큰 위협 받을 때 발휘되는 것이다”며 “집단적 자위권은 한국도 있으며 한국은 충분히 평화적인 국가인데 한국이 갖고 있는 것을 일본이 갖는 게 비평화적인 국가가 되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만에서 아베 담화가 상당히 환영을 받거나 필리핀에서 집단적 자위권이 환영받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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