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계에 한화 이글스 열풍이 분 영향으로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주변 상권이 이른바 ‘대박’에 가까운 특수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팀 성적에 따라 점포 매출이 들썩이는 양상도 확인됐다. KIA 타이거즈는 올해 막판까지 5강 싸움을 벌이는 등 지난해보다 선전했다. 이 덕분에 KIA 홈구장인 광주 챔피언스필드 인근 점포들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반면 잠실구장의 경우 홈구장으로 하는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음에도, 함께 홈구장을 쓰는 LG트윈스의 부진이 겹쳐 주변 상권이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신한카드가 전국 야구장 반경 2㎞ 주변의 할인점·슈퍼마켓·편의점·음식점·패스트푸드점 등 주요 상점의 카드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마리한화' 열풍…주변 상점 올 매출 작년보다 35%↑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를 면하지 못한 한화는 올 시즌 들어 줄곧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안팎에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등 달라진 전력을 과시했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마리 한화(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는 뜻)'라는 별명까지 퍼질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런 인기는 고스란히 관중 수 증가로 이어졌고, 홈구장 주변 상점의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올해 야구 정규시즌인 4~9월 이글스 파크 주변 상점의 카드결제액은 7억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억3700만원)에 비해 35% 증가한 수치다.
월간 결제액을 살펴봐도 지난해 4~9월에는 한 번도 1억원을 넘기지 못한 채 8300만~9700만원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올해는 월 결제액이 최소 1억400만원에서 최대 1억3천600만원을 기록했다.
홈 경기가 많이 열린 달일수록 매출 상승 효과도 더 컸다. 올해 한화의 대전 홈 경기가 가장 많이 열린 달은 9월(14번)인데 이달의 카드매출액은 1억2600만원이었다. 반면 대전 홈 경기가 10번만 열린 6월에는 매출액이 1억400만원으로 떨어졌다.
◆두산, 우승에도 야구장 특수 없어…LG 침체 영향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 베어스가 차지했다. 특히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차곡차곡 올라가며 가을야구에서 연전연승을 거둬 '미라클 두산'이라는 찬사와 함께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럼에도 잠실 야구장 주변 상인들은 정규시즌 동안에는 예년 이상의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잠실야구장 인근 2㎞ 상인들의 4~9월 카드매출액 합계는 251억5300만원으로, 지난해 266억6500만원에 비해 오히려 6% 감소했다.
여기에는 두산과 함께 잠실을 홈 구장으로 나눠쓰고 있는 LG트윈스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트윈스는 지난해 4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5월말 9위로 추락한 이후 힘을 써보지 못한채 시즌을 마감했다.
◆다른 구장 상인들도 매출 늘어…야구 인기 실감
프로야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잠실구장을 제외한 다른 구장 상권도 지난해보다 활발해진 모습을 보였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홈인 대구 구장 인근 상인들의 매출액은 올해 4~9월 9억8200만원으로 작년보다 7.4% 늘었다.
'와일드 카드'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SK와이번스의 홈인 인천 SK 행복드림구장(문학야구장) 주변 매출액도 올해 17억700만원으로 4.8% 증가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8위로 부진했으나 올해는 승률 4할6푼5리를 기록하며 7위에 올라서는 등 막판까지 순위 다툼을 벌였다. 이 영향으로 KIA 홈인 광주 챔피언스필드 주변 카드매출액이 지난해 3억5300만원에서 올해 3억9400만원으로 11.6% 올랐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 사직 야구장 인근 상인들의 매출도 올해 41억9200만원으로 작년보다 6.6% 늘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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