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 ‘The Happy Life”전을 여는 문지혜(30)작가는 이러한 복잡한 삶속에서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새로운 풍경들과 익숙하지 않음은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휴식의 공간이다. 그곳에서의 기억과 감정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림 속 에는 자연과 도시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그려진 이미지 위에 핀의 높낮이를 조절하여 꼽았다. 평면의 이미지를 부조형식으로 입체화 시켜 사실감을 더해준다.
“대학때 어느날 수업 중 다양한 재료로 자화상을 그려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뾰족한 핀에 꽂혔다. 작지만 빛나는 느낌, 한쪽은 뾰족하고 한쪽은 둥근, 이중적인 모습에 무작정 끌렸다.”
그는 이후 캔버스 위에 핀을 무수히 꽂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핀의 높낮이로 인해 평면 회화이지만 입체적 효과를 빚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작업이 탄생했다.
“작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하나하나 높낮이를 생각하고 간격을 조절해가며 핀을 꼽는다. 잘못 꼽았을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작업이기에 빠른 계산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손의 고통과 시간이 많이 투자되지만 그것 또한 작업의 일부라 생각한다. 작업의 방식조차 현대사회의 편리함에 이끌린다면 스스로 작업을 하는 의미가 없다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이끌림 속의 불편함을 핀을 꼽는 행위를 통해 해소한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사람들은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하며, 조금이라도 어긋날 경우 서로에 대한 강박과 스스로의 강박관념 또한 점점 커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현상들 또한 끝없이 반복되어 무뎌진 모습으로 의식도 못할 정도로 당연하게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림을 통해 편안했던 기억들과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렸으면 한다. 핀을 찔렀을 때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다."
작업과정의 긴장감과 편안한 풍경은 우리네 삶의 양면성이기도 하다. 고진감래라는 단어를 떠올려 주게도 한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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