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부터 마시다가 휘청거리는 KF-X사업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美 핵심기술 외 나머지 기술이전도 ‘첩첩산중’

4월 미국 정부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관련 4개 핵심기술 이전 불가방침 통보→10월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시 한민구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에게 재차 기술 이전 요청했다가 거부당해→방위사업청, 나머지 21개 기술 11월까지 미 정부 승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또한 거짓말로 드러나→방사청, 이달 초 협상단 구성해 미국 워싱턴 방문. 국민 불신을 가중시킨 KF-X 사업의 위태위태한 행보다. 12월은 미국에선 추수감사절 시즌에다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휴가철이다. 이번 방사청 협상단의 방미가 또 다른 외교적 결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휘청이고 있는 KF-X 사업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KF-X 사업, 논란의 발단

미국 정부가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체계통합 등 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지난 9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이전까지 사업에 소극적이던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사를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됐고 이후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계속됐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해 7조3418억원을 들여 차기전투기(F-X)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종 결정 과정에서 군당국은 미래 안보환경 하에서는 스텔스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단독후보였던 미 보잉의 F-15SE 대신 F-35A로 말을 바꿔 탔다. 록히드마틴은 KF-X에 들어갈 대규모 기술 이전을 절충교역 내용으로 제시했다. 미 정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사탕발림이었다.

KF-X 사업은 이러한 F-X 사업을 연결고리로 해 얻은 반대급부인 기술 이전을 통해 F-16급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생각은 순진하고 안일했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4개 핵심기술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넘겨주거나 판매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국의 기술보호정책 때문이다. 지난 4월 미 정부가 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기술의 이전을 승인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만 믿다가 결국 동맹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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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칫국 마신’ 정부… 손발 안 맞고, 앞뒤도 안 맞아

한 국방장관이 미국에 재차 기술 이전을 요청했다가 불가 통보를 받은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으면 리스크(위험) 관리에 유리하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다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지 못한다고 KF-X 개발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군색하게 해명했다. 군 안팎에서 “국내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며 왜 미국까지 가서 ‘외교적 굴욕’을 겪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박 대통령까지 나섰다. 박 대통령은 장명진 방사청장으로부터 ‘KF-X 사업 종합대책’을 보고받고는 “계획된 기한 내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관련 기술의 90%를 확보했다며 이례적으로 장비를 공개하고는 목표기한인 2025년 안에 KF-X 개발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주장이 왜곡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군사전문가는 “ADD가 주장한 경험이라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은 ‘수리온’ 헬기뿐인데, 그마저도 KF-X에서 필요한 요소의 4분의 1만 들어갔다”며 “항공기 진동이 체계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제대로 연구한 적이 없는 국내 현실을 숨기고 무조건 할 수 있다고만 외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도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 중 국내에서 보유한 기술 수준은 실제로 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첩첩산중 KF-X…, 제대로 갈 수 있을까”

“4개 핵심 기술 말고 나머지 21개 기술 이전은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게 보고와 정보를 받았는데 미국 측에서 ‘원하는 기술 이전 건을 디테일(세밀)하게 협의하자’고 해 저도 당황했습니다.”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F-X 사업의 기술 이전 협상과 관련한 한 국방위원의 질문에 장 방사청장은 이같이 답했다. 미국 정부의 KF-X 4대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곤욕을 치렀던 장 청장은 나머지 21가지 기술은 11월까지 문제 없이 이전받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그런데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던 21가지 기술 이전마저 난항에 빠졌고, 11월 내 승인도 물 건너갔다. 거짓말만 일삼는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KF-X 사업 우선협상 대상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사회에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사업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문제는 추가 협상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21개 기술 이전과 관련한 협상이 마무리되려면 내년 상반기나 돼야 할 것”이라며 “이래저래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예산소요도 추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1일 방사청 협상단의 미 방문 일정과 협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방사청 관계자는 “내용을 아는 바 없고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금까지 과오를 반성하고 앞으로 사업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정부가 여론의 뭇매가 무서워 밀실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느낌이다. 보기에 따라 기술이전과 관련한 미측과의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2025년이면 우리 영공을 날아다닐 KF-X가 껍데기만 국산인 ‘그냥 그런’ 전투기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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