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없이 술술 넘어가듯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 폭이 큰 영화라는 이야기다. 사랑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고, 연애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대한민국 2030 청춘들의 연애 현실을 실감나게 묘사한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관객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관객 선호도 1위, 관람 평점 9점 이상으로 누적관객 22만명에 빛나는 동명의 대학로 히트 연극이 원작이다. 연우무대의 ‘극적인 하룻밤’은 책임지기 귀찮은 연애보다 ‘하룻밤 몸친’이 더 편한 2030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현재까지 10회 시즌 연장 공연을 기록해 명실상부 대학로 간판급 데이트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하기호 감독은 원작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해 거침없고 발칙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완성했다. 정훈(윤계상)과 시후(한예리)는 각자 전 연인의 결혼식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 실연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하룻밤을 보낸 뒤 착 들어맞는 뜻밖의 속궁합에 내심 놀란다. 영화는 요즘 현실을 반영하는 ‘원나잇’을 서툰 연애 하수들의 만남에 접목해 과감하고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어느덧 11년차 배우가 된 윤계상의 연기에선 ‘여유’가 묻어난다. 이제 그가 떠는 ‘능청’은 god라는 찬란한 후광마저 가릴 만큼 자연스럽다. ‘소수의견’ ‘레드카펫’ ‘풍산개’ 등의 작품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는 ‘6년째 연애 중’ 이후 7년 만에 제 옷 같은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여자친구를 선배에게 빼앗기고 겉으로만 쿨한 척하는 소심남 ‘정훈’ 역은 실제 그의 20대와 닮아 내뱉은 애드립마다 주요 장면으로 쓰였다는 후문이다.
‘해무’ ‘동창생’ ‘코리아’ 등을 거치며 이미 충무로 실력파 배우로 인정 받은 한예리는 애인에게 정, 마음, 돈까지 주고도 한순간에 차여버린 ‘시후’로 나온다. ‘시후’는 하룻밤을 함께 보낸 ‘정훈’에게 아홉 번 더 자보자는 당돌한 제안을 하면서 끌려다니기만 했던 연애 스타일에 반전을 꾀한다.
창단 38년째를 맞은 연우무대는 국내 창작극 불모 시대에 ‘창작극만 공연하겠다’고 나선 연극쟁이들로 구성되었다. 대표작으로 ‘우리들의 저승’ ‘장산곶매’ ‘한씨연대기’ ‘칠수와 만수’ ‘변방에 우짖는 새’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날 보러와요’ ‘명월이 만공산하니’ ‘이(爾)’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해무’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날 보러와요’ ‘이’ ‘해무’ 등은 각각 ‘살인의 추억’, ‘왕의 남자’, ‘해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되었다. ‘극적인 하룻밤’은 연우무대가 직접 제작한 영화다. 연우무대는 송강호, 문성근, 강신일, 유오성, 송새벽, 조희봉 등을 배출했다.
김신성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