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끝에 서울의 한 사립대 인문학과를 선택한 신씨는 전공을 살릴 일자리를 찾을 거란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신씨는 군 제대 후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다가 지금은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전공이고 뭐고 어차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으로 알았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시작할 걸 그랬다”며 “그랬으면 진작에 되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20대 청년의 절반가량이 대학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의 20대 남녀 3312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7.9%가 ‘다시 대학에 입학한다면 다른 전공 분야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다른 학문을 공부해보고 싶다’(44.1%)거나 ‘전공이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다’(30.4%)는 이유를 대면서다. ‘전공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를 든 응답자도 18.6%였다. 이처럼 ‘전공 회의감’에 빠지는 경향은 인문계열(56.6%)과 자연계열(53.8%), 법학·사회(51.4%) 등 취업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학과 출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의학·보건(37.4%), 예체능(39.7%) 학과 출신들은 재입학 시 다른 전공 분야로 갈아타겠다는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청년들의 전공에 대한 불만족은 전공과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정책센터의 지난해 ‘2030 직장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 직장인 5명 중 2명이 전공과 전혀 무관한 직종에서 근무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2014∼2024년 대학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서도 인문·사회계열 졸업생은 취업 시장에 초과 공급되고 공학 계열 출신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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