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과 합의를 도출하면 내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종 타결을 확인하는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포함한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루 앞둔 27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보라색 목도리를 감아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전제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확률이 높다. 남정탁 기자 |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제3자인 미국을 관여시키려는 것은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정부는 합의가 도출될 경우 미국정부가 성명을 발표토록 해 최종 해결의 담보로 삼으려 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이를 위해 일본정부는 성명발표 준비를 미국에 요청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정부는 문제해결 방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기금 확충 과정에 한국정부도 참여케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정부도 돈을 내 공동으로 기금을 창설하거나, 일본이 돈을 내더라도 한국에 기금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측을 관여시키는 것은 나중에 다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은 분석했다.
기금의 규모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견해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 등은 한국 측이 일본에 10억엔(약 97억원) 이상의 기부를 요구하고 있어 일본이 검토 중인 1억엔과 큰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1억엔이라면 한국이 납득할지 모르겠고, 20억엔 정도면 한국은 괜찮다고 하겠지만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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