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지난 한 해 국회와 정치권에 켜켜이 쌓인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의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정치개혁을 내세워 압박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애원도 했지만, 오히려 야당의 반발로 역풍을 맞기도 한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정치권 스스로의 변화와 개혁이 절실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특히 올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정치개혁에 대한 화두를 국민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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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건배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신년인사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의 건배 제의에 잔을 들고 있다. 이날 행사엔 정 의장을 포함한 5부 요인 등 정·재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불참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정 의장은 그러나 쟁점법안 직권상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제안하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식위정수(食爲政首·먹고사는 문제가 먼저)에 빗대어 화위정수(和爲政首)를 언급하면서 “‘화’가 정치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화합을 강조해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것을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의장은 ‘새신발(새해에는 신바람나게 발로 뛰자)’이라는 건배 구호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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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6년 신년인사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박 대통령은 또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해 ‘소녀상 이전 보도’ 등을 거론하면서 왜곡보도가 자제돼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건배사를 할 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선거의 해가 되니까 자동으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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