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담배 가격은 4500원이다. 그렇다면 이 담배 1갑에 과연 세금은 얼마나 붙을까.
8일 업계에 따르면 4500원 중 무려 74%인 3323원이 세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소비세가 가장 많고, 건강증진부담금도 800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로 신설된 개별 소비세가 594원으로 세금이 인상됐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경우 값이 오른 지난해 초 하루 50갑도 안 되던 담배 판매량이 최근 들어 예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지난해 1월 담배 판매량은 1억7000만 갑으로 1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지만, 다시 슬금슬금 늘기 시작해 예년의 80%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총 판매량은 33억3000만갑. 담뱃값을 올리면 34%가 덜 팔릴 거라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었지만, 결과는 23.7% 감소에 그쳤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 저조
즉,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담뱃세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는 3조6000억원인데 정부 예측보다 8000억원이 더 걷혔다.
다시 말해, 흡연율 감소는 적었던 반면 세수만 급증한 것이다.
더 걷힌 세금 3조6000억원 가운데 3분의 2는 건강과 관련 없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재정으로 들어간다.
◆정부의 잘못된 예측…어부지리도 업체들만 '니나노'
또 담뱃값 인상으로 세금만 더 걷힌 게 아니다. 정부 예측이 잘못된 덕분에 어부지리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업체들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담뱃값이 오르기 전 소매점이 담배 1갑을 떼오던 가격은 2250원이었다. 2500원짜리 담배에서 250원이 마진이었는데,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서 이 마진도 430원으로 덩달아 껑충 뛰었다.
달리 말해,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판매가 줄어들면 유통업체의 수익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마진을 70% 넘게 올려준 것이다.
하지만 정부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담배는 당초 예측보다 4억갑 이상이 더 팔렸고, 편의점은 별다른 노력 없이 담배 판매 수익으로만 지난해 각각 500억원 이상씩을 더 벌었다.
◆담배회사,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재고차익 거뒀다
뿐만 아니라 담배회사들과 편의점 업체들은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산 담배를 대량 비축해뒀다가 지난해 인상된 값에 팔아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거센 비난이 일자 업체들은 관련 수익을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편의점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상품처럼 담배도 생산 후 판매점에 도달하기까지 수개월 간의 유통기간이 소요되고, 판매점 결품 방지를 위한 일정 재고량이 필요하다"면서 유통상의 불가피한 점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며 "이 소중한 세금이 금연정책이나 흡연자의 금연 지원에 쓰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담뱃값이 오르자 관련 범죄도 기승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면세담배 16만 갑을 밀반입하려던 일당이 적발됐고, 최근 담배 배송 차량만 80여 차례 턴 억대 절도범이 붙잡히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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