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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사랑하고… 식물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입력 : 2016-01-17 20:51:01 수정 : 2016-01-17 2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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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녹색동물’ 식물은 본연의 기능 혹은 운동성의 상실, 반죽음의 상태를 의미할 때가 있다. ‘식물국회’니 ‘식물인간’이니 하는 단어가 그렇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다. 하지만 식물은 동물과 비교해 정적이고 피동적으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국화쥐손이의 씨앗은 비가 내려 흙이 묽어진 때를 골라 땅을 스스로 파고들어 뿌리를 내린다.
‘국화쥐손이’라는 식물이 있다. 번식할 때면 씨앗을 땅으로 떨어뜨린다. 놀라운 것은 씨앗이 땅에 묻히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와 흙이 묽어진 때를 골라 스스로 땅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꼬리 부분을 스프링 모양으로 감아 세운 뒤 드릴처럼 회전하며 파고들어간다. 황금색의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 씨앗은 수천 ㎞를 여행한다. 꽃이 지고 나면 바람을 타고 여행이 시작된다. 중국에서 건너온 씨앗은 현재 전남 완도에 모감주나무 군락을 형성했다.

식물을 두고 운동성 상실, 정적, 피동적이라는 특성을 읽어내는 것은 합당할까. 인간이 인식하지 못할 뿐, 식물은 끊임없이 욕망하고 움직이며 때로는 모습까지 바꾼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인식일 수 있다. EBS 다큐프라임은 그래서 식물의 일대기를 다루며 ‘녹색동물’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식물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욕망하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이탄 아룸은 짝짓기를 도와줄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썩은 시체의 냄새를 풍긴다.
EBS 제공
‘타이탄아룸’은 7년에 단 한 번, 48시간 동안 꽃을 피운다. 이때 타이탄아룸은 썩은 시체의 냄새를 풍긴다. 짝짓기를 도울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서다. 또 스스로 체온을 올려 주변 800m까지 냄새를 퍼뜨린다. 호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해머오키드’는 ‘타이니드 말벌’ 암컷과 색깔과 모양이 닮은 봉오리를 가졌다. 결정적으로 10배 이상 강한 페로몬을 발산한다. 모두 수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수벌은 해머오키드를 암컷으로 착각해 짝짓기를 시도하고, 이때 끈적한 꽃가루가 달라 붙는다. 수벌이 다른 해머호키드의 유혹에 넘어갈 때 이 식물의 짝짓기는 성공하는 것이다.

번식을 위해 산불을 기다리는 식물도 있다. ‘자이언트 세콰이어’가 주인공이다. 자이언트 세콰이어는 1m나 되는 껍질에 수분을 가득 담고 있어 불이 7일간 계속되어도 견뎌낼 수 있다. 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 씨앗을 떨어뜨리는 건 타고 남은 재들이 싹을 틔우는 데 최적의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자이언트 세콰이어의 삶은 길게는 3000년 동안 이어진다. 

해머오키드의 봉오리는 말벌 암컷의 형태와 꼭 닮았다. 수컷을 유인해 꽃가루를 퍼뜨리기 위한 것이다.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생존전략 역시 흥미롭다. 말레이시아의 2700m 높이 물루산에 사는 ‘네펜데스 로위’는 변기 모양을 한 식물이다. 네펜데스 로위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영양분은 나무두더지의 배설물. 그래서 이 식물은 나무두더지가 가장 편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변기의 모습으로 진화했다. 또 나무두더지가 계속 찾아오게 뚜껑 부분에 과즙을 만들고, 그 과즙 속에 강한 소화 촉진 성분을 만들어 짧은 시간에 배설하도록 유도한다. 

말레이시아에 서식하는 나무두더지가 네펜데스 로위 봉오리에서 배설하고 있다. 네펜데스 로위는 나무두더지의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하기 때문에 배설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변기 모양으로 진화했다.
방송은 2년 동안 8억원의 돈을 들여 제작됐다. 소개된 식물 50여종을 촬영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물론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 미국, 베네수엘라 등을 돌았다. 식물을 다룬 다른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도 소개한다. 네펜데스 로위에 나무두더지가 배설하는 것을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연출을 맡은 손승우 PD는 “2700m의 물루산을 꼬박 2박3일에 걸쳐 올라갔는데, 막상 배설 장면은 2시간 만에 촬영할 수 있었다”며 “타이탄아룸은 꽃의 높이가 3m나 돼 부감샷(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며 찍는 장면)을 위해 4m 정도의 오두막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식물을 본격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는 시청률 부담 때문에 다른 나라에도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식물의 일대기 형식을 취해 이야기의 흥미와 몰입도를 높였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3부로 18일부터 20일까지 오후 9시 50분에 시청자들과 만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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