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TV 예능 프로그램들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청률 1위는 이경규가 예전의 특기를 살린 MBC TV '몰카배틀 왕좌의 게임'(11.0%)이 차지했지만 각 방송사가 앞다퉈 내놓은 음악 프로그램들도 고루 화제를 모으면서 높은 성적을 냈다.
SBS TV '보컬전쟁: 신의 목소리'(이하 '신의 목소리')가 10.4%, MBC TV '듀엣가요제'가 9.8%, SBS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판타스틱 듀오)가 8.4%로 2∼4위를 차지했다. KBS 2TV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도 6.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 밀어주고 당겨주고…기성가수와 아마추어 호흡
지난해 MBC가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여자 아이돌가수와 일반인이 듀엣 무대를 꾸미는 '듀엣가요제 8+'가 호평을 받았던 탓인지 이번 설엔 일반인을 참가시키거나 듀엣을 소재로 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뤘다.
기성가수의 노래에, 실력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사연이 담긴 일반인 참가자의 목소리가 얹혀지면서 재미와 감동을 한 번에 잡으며 시너지 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SBS TV '신의 목소리'는 윤도현, 김조한, 박정현, 설운도, 거미 등 실력파 가수 5명이 아마추어 실력자가 선곡해준 곡을 단 2시간 만에 재해석해 불러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대결을 펼치는 내용.
거미가 부르는 H.O.T.의 '위 아 더 퓨처', 윤도현이 부르는 '너랑 나', 설운도가 부르는 록발라드 '러브' 등 색다른 무대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원조' 격이 된 MBC '듀엣가요제'는 지난 추석 특집때와 달리 기성 가수를 여자 아이돌로 한정하지 않고 지코, 정준영, 홍진영 등 다양한 장르 가수로 확대해 눈길을 끌었고 SBS '판타스틱 듀오'는 사연이 담긴 노래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장윤정과 호흡을 맞춘 서병순씨는 암투병을 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불러주던 '초혼'을 선곡했고 장윤정은 노래를 부르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내내 눈물을 쏟았고 방청객은 기립박수로 마음을 전했다.
음악 예능이 '못해도 중박'을 치는 안정적인 콘텐츠이기는 하지만 매해 비슷한 콘셉트의 특집 프로그램이 줄지으면서 식상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신선한 새 프로그램 호평…여성 몸 '줌인'은 눈살
이번 연휴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중 가장 화제를 모은 건 MBC '미래일기'였다. 시청률은 7.8%로 크게 높지는 않았지만 80대 노인이 된 '테리우스' 안정환, 환갑을 앞둔 '센 언니' 제시, 70대 후반이 된 김가온-강성연 부부의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줬다.
30년, 40년 후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 출연자들은 여러 감정이 올라오는 듯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했고 시청자도 그랬다.
58세로 분장한 제시가 87세가 된 엄마를 보며 눈물을 왈칵 쏟는 장면이나 김가온-강성연 부부가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영정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몰래카메라'라는 콘셉트에 '배틀'을 도입해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 '몰캐배틀 왕좌의 게임'은 '몰카'에 '역몰카'까지 반전에 반전을 더해 화제를 모으며 정규 편성을 기대하게 했다.
다만 몸을 가꾸는 법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여자 아이돌의 신체 구석구석을 '줌인'해 방송한 KBS 2TV '머슬퀸 프로젝트'나 여자아이돌의 '본분'을 강조하며 굴욕 사진을 남기거나 강제로 몸무게를 공개한 '본분금메달'은 명절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는 불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의 본분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걸그룹은 예쁜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진행자 전현무의 말이나 일부러 벌레를 보게 한 뒤 순간 놀라는 표정을 캡처해 '두 턱이다' '심령사진'이라고 지적하는 등 여자 아이돌의 굴욕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문제가 됐다.
한편 명절 특집 전통의 강자 '아이돌 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 대회'(아육대)는 1부 7.9%, 2부 8.3%로 특집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지난 추석의 9.2%·9.9%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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