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바꾼 17개 수학방정식

피타고라스의 정리부터 블랙·숄스 방정식까지

이언 스튜어트 지음/김지선 옮김/사이언스북스/2만원

세계를 바꾼 17가지 방정식/이언 스튜어트 지음/김지선 옮김/사이언스북스/2만원

세계적인 부호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IT(정보기술) 시대가 가고 DT(데이터기술)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은 “지식 과잉과 무한 정보의 시대에서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미래 사회의 핵심 자질”이라고 강조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연결하여 문제 해결에 응용하는 ‘통찰의 시대’라는 얘기다.

통찰력 함양에 수학적 응용이 매우 유용하다는 얘기는 이제 상식에 속한다. ‘실생활에 그 어려운 수학이 웬말이냐’는 ‘반론’은 무식의 소치에 가깝다. 창의적, 논리적 사고를 개발하는 데 수학 방정식이 매우 유용하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학 전공자라도 방정식을 이해하고 즐기기란 쉽지 않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0일 공개한, 우주에서 본 아덴만과 아프리카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저자는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수학방정식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책에서 저자는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17개의 수학 방정식을 엄선해 수학 이야기를 소개한다. 피타고라스 방정식에서 블랙-숄스 방정식까지 등장한다. 수학 기초가 부족하더라도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풀이해 놓았다. 저자는 “실생활에 수학적 법칙이 적용되고 있지만 의식하지 못할 뿐”이라고 했다.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는 슈뢰딩어 방정식과 맥스웰 방정식을 거쳐 우리 귀에 들어온다.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에는 ‘섀넌의 정보이론’이 적용된다. 엄청난 데이터를 압축, 저장, 가공하는 메커니즘에는 ‘푸리에 변환’이 사용된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유선형 디자인이나 기후변화 예측 등에 두루 적용된다. 원자탄 제조에 이용된 상대성이론은 위성 내비게이션에 적용돼 자동차나 항공기 등의 올바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사회 현상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거나, 금융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데에는 블랙-숄스 방정식이 쓰인다. 수학 방정식은 말 그대로 현대 과학기술 문명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연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다”라고 했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면 우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추론해 낼 수 있다. 뉴턴의 중력 법칙을 활용해 중력이 만드는 태양계의 지형도를 그려 볼 수 있다. 중등 수학의 기초인 로그는 엄청나게 큰 수를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주고, 미적분은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분석·추리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수학방정식을 이용해 우주의 비밀스러운 패턴, 즉 자연법칙과 그 결과를 추론할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열기관의 효율성 같은 실용적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타임머신과 시간여행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비로운 철학적 난제를 열어젖힌다. 카오스 이론은 단순한 원인이 복잡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복잡한 결과가 반드시 복잡한 원인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저자는 “방정식들이 오늘날의 세계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음을 명확히 알려 주고 싶다”면서 “지도 제작에서 위성 항법까지, 음악에서 텔레비전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 일에서 목성의 달들을 탐험하는 일까지 친절히 안내해준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