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남편은 늘 분주하다. 혼자 아침을 차려먹고, 아들의 도시락도 직접 준비한다. 하지만 같은 시간, 아내는 오늘도 쿨쿨 늦잠만 잔다. 남편이 집을 나서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 아내. 참고 참았던 남편은 ‘내가 이 집 하숙생이야?’라는 생각에 분통이 터진다.
퇴근 후에도 아내는 남편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집안에는 냉랭한 기운이 흐르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남편이 말 한마디 건네려 하면 아내는 화만 낸다. 남편은 늘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주눅든다. 남편이 바라는 것은 아내의 ‘잘 다녀왔어?’, ‘밥 먹었어?’ 하는 다정한 말 한마디뿐이지만, 오늘도 아내는 남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15일 오후 EBS ‘달라졌어요-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내의 30년’에서는 시댁과 갈등을 겪는 아내와 그런 아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를 방송한다. EBS 제공 |
시댁에 갈 때마다 시댁 식구들은 아내에게 이불 홑청을 뜯어 빨게 했지만, 남편은 아내를 대신해 말 한마디 못해줬다. 아내는 시댁의 ‘시’ 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남편은 이런 아내가 과거 시댁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모른다’, ‘기억 안 난다’며 회피한다.
아내는 남편의 반응에 더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고 남편은 냉정하기만 한 아내의 태도에 점점 지친다. 이런 상황에서 일주일 뒤로 다가온 시조카의 결혼식. 지난 30년 동안 아내에게 어떤 위로의 말도, 방패막이도 돼주지 못했던 남편이 어렵게 입을 열지만, 아내는 시댁 이야기에 또 다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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