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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무서운… 암환자였다는 편견

입력 : 2016-02-15 21:11:17 수정 : 2016-02-15 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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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림프절 제거환자 부종에 고통… 직업 찾기 곤란… 사회생활 꺼리기도 /본래 직장선 “일하겠어?” 재채용 기피… 일본선 다양한 사회복귀 과정 운영/우리는 전무… 정부 차원 공론화 필요 #. 50대 남성 A씨는 5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이후 장루(인공항문)를 갖고 생활하게 된 A씨는 이전의 건강했던 삶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낙담했다. 오랜 기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A씨는 어느 날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동네 수영장에 등록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활력을 찾은 A씨는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해 지금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암환자들을 위한 멘토활동을 하고 있다.

#. B(여)씨는 수년 전 자궁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몸조리가 필요했지만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B씨를 받아 주는 곳은 마트나 식당 등이 대부분이었다. 자궁암 환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 일할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다리가 많이 붓는 경우가 많아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B씨는 일을 포기할 수가 없다. 

의료진이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료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치료를 마친 환자는 암환자였다는 편견에 부딪혀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암 환자 대부분이 일상활동 및 사회적 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암 환자의 수술 이후 삶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15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임재영 교수팀이 유방암 환자 191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수술 전, 수술 후 3개월, 1년, 2년 후 신체 기능과 일상생활의 변화 정도를 조사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을 겪었던 신체 증상은 호전되는 반면 일상생활과 사회적 활동에서는 지속적인 제약을 받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유방을 부분적 혹은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과 함께 전이를 막기 위해 유방과 가까운 부분의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 25% 정도는 지속적인 림프부종에 시달린다. 팔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면 이 증상이 더욱 심화하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문제는 증상이 없는데도 ‘내게도 림프부종이 찾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에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다. 공포에 몰린 환자들이 팔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집안일 등 일상이나 원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가기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팔이 붓기 시작하면 육안으로 다른 쪽 팔과 두께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동창회 등 친목모임도 못 가는 등 소외되는 생활을 자처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정작 주변사람들은 ‘수술 후 상태가 좋아졌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환자에 대한 주의를 이전보다 덜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보면 환자 본인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성기능 장애 등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생겨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환자 본인과 주변 가족뿐만 아니라 암 환자의 복귀를 환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또한 암 환자를 절망시킨다. 암을 겪은 환자가 수술 후 건강이 좋아져 본래 하던 일로 다시 돌아가려 해도 직장에서는 ‘일을 이전처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의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일을 그만둬 경력이 단절된 환자는 하루빨리 사회에 복귀해 일상생활을 되찾기를 바라지만 환자가 넘어야 할 문턱은 수술 이전과 비교해 너무 높다.

연구팀은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치료시기에 따른 생애주기적 접근과 사회참여를 위한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적절한 서비스를 받기 위한 환자 본인의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한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센터 내에서 암 환자들의 원활한 직업복귀를 위해 멘토링제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립암센터에서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학습지원 서비스와 치료 중인 저소득층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경제교육과 심리미술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병원 단위로 이뤄질 뿐 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과 기관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복귀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주로 2∼3년간의 치료과정을 거친 환자들로 경제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참여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살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길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자들은 유사한 치료를 받고 있는 다른 암환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 자원봉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환자에게 적절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양 교수는 “무조건 암 환자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방암 환자의 경우 물건을 들어야 하는 등 팔을 쓰는 일은 하지 못해도 활동에는 제약이 없고, 자궁암 환자의 경우 오래 서서 일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앉아서 타자를 치거나 물건을 만드는 일 등은 가능하다”며 “수술 후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짤 때 암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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