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후속 연구는 국가 간 치열한 경쟁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과학재단(NSF)이 단독 투자하는 과학 프로젝트로는 규모가 가장 큰 라이고를 통해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NSF는 이 프로젝트에 2000년부터 8억2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우리 돈으로 치면 1조원 가까이 투자한 셈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합작한 중력파 관측장치인 ‘어드밴스트 비르고’는 최근 재가동에 들어갔고, 영국과 독일이 합작한 ‘지오 600’ 관측소도 가동 중이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카그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인도는 NSF와 함께 라이고를 개량한 ‘라이고-인도’를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 역시 최근 독자적인 중력파 검출 프로젝트인 ‘톈친 계획’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관측 탐사선을 2034년 쏘아 올려 우주에서 직접 중력파를 검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황계식 산업부 차장 |
우주 관측에 새 지평을 열 중력파 천문학을 비롯한 기초과학에 국가적인 R&D 역량을 집중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 정부는 당장 몇 년 후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연구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 R&D를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우주산업 투자를 본격화해 200억원을 들여 달 탐사사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우주산업의 기초인 천문학 분야에서는 언감생심 꿈꿀 수조차 없는 거액이 투자되는 셈이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 경제구조에서 산업에 국가 R&D 역량을 집중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투자 우선순위에서 매번 기초과학이 산업에 뒤져서는 더 먼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난해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에 그쳤는데, 선진국 수준인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지적이다.
황계식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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