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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근로자 임금직불제 관철 못해…'뇌관' 방치 논란

입력 : 2016-02-15 18:47:55 수정 : 2016-02-15 23: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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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개발비 전용 불러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의 핵·미사일 개발비 전용 논란은 이들에게 임금이 직접 지불되지 않는 기형적 구조에 기인한다. 2004년 공단 조성 이후 국내외에서 개성공단 임금의 군사비 전용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우리 기업과 정부는 임금직불제를 관철시키지 못한 채 ‘뇌관’으로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적막한 개성공단 개성공단 폐쇄 닷새째인 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공단 모습이 보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측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는 “기업은 노동보수를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며 “상금은 상품으로 줄 수도 있다”고 적시돼 있다. 임금직불제를 규정한 조항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임금 지급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기업이 근로자별 급여명세표를 작성해 근로자 본인의 확인 서명을 받으면 북한의 기업통계원은 근로자별 구매요청 물자내역을 취합한다. 우리 기업은 임금을 달러로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에 지급한다. 기업인들 전언에 따르면 총국은 임금의 약 30%를 사회문화시책금 명목으로 제외하고 나머지를 근로자 몫으로 떼어서 현물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공급카드(근로자 몫의 80%)와 공식 환율로 환산된 북한 원화(근로자 몫의 20%)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 시내 10여개 개성공업지구 전용 물품공급소에서 카드를 사용해 일반 상점보다 매우 낮은 국정가격으로 물품을 수령한다. 현금(북한 원화)은 생활비로 쓴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북한 근로자들 손에 쥐어지는 현금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마커스 놀런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2014년 이 같은 임금 지급 구조 탓에 북한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실제 월 소득은 2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당시 개별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현물과 현금을 합해 실질적으로 80달러 안팎이라고 공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출신인 재미교포 마이클 리는 같은해 9월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수익의 60%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운영하는 39호실로 귀속돼 체제 유지비로 전용된다고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2007년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이후 2011년과 2014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유엔의 대북제재가 있는 한 개성공단 생산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거나 개성공단 확대도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이 15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참석해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남정탁 기자
임금직불제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공간평화의 기획과 한반도형 통일 프로젝트:개성공단’이라는 책에는 공단 직원들의 ‘만성적 절도행위’ 내용이 담겨 있다. 근로자들이 급여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우니 비누나 샴푸, 화장지 등 공단 내 생활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기업의 자재도 마구 훔쳐다가 장마당에 내다 팔아 부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공단 내 인기 직종이 쓰레기 처리를 맡은 ‘미화공’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연료와 원료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비닐이며 천, 자투리, 종이박스 등도 돈이 된다. 반면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 밖으로 갖고 나간 한국산 제품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갔고 ‘개성공단발 시장화’를 촉발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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