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대상과 범위
안보리는 이번에 북한의 WMD에 관련된 규제 대상을 ‘간접적 활동’까지 포함했다. 북한의 대외경제 활동이 사실상 모두 WMD 개발과 ‘간접적’ 관련성을 지닌다고 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결의안이 시행되면 국제사회가 전방위로 북한의 숨통을 죌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유엔 안보리의 판단이다.
유엔의 한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운영해서 벌어들이는 외화를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것처럼 북한의 WMD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활동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물자 조달과 금융거래, 외화 확보 행위 등이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24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미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수전 라이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 제재 결의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북한의 외화벌이를 차단하고 경화 획득을 막기 위한 광범위한 금융 및 경제 제재조치도 도입될 전망이다. 북한 은행이 아예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원천차단하는 강도 높은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해상 및 항공 운송도 대대적인 규제를 받게 된다. 미국은 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조치를 결의안 초안에 담았다. 항공유의 공급을 중단, 북한 군용기 운항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북한 항공기가 유엔 회원국의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유엔 안보리 테이블에 올랐다.
◆대북 제재의 열쇠 쥔 중국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정뿐만 아니라 이행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다. 또 북한의 대외거래가 대부분 중국과 이뤄지고 있어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결의안은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강화조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이번에 북한 문제 대응과정에서는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중국이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 마련 과정에서 강경 입장을 완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의 합의가 이행되면 남중국해 갈등 와중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는 한 줄기 외교적 서광이 비치게 될 것이고, 북한의 김정은과 그의 일당이 아픔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의안 이행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할 정도로 타격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시켰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북한과의 거래가 많은 중국은 미국과의 결의안 초안 협의 때 세컨더리 보이콧 항목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 조항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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