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인생의 마지막 무대는 반드시 K리그에서 하고 싶었다. 나를 불러준 구단이 있어 행복하고 그 간절함을 이뤄 너무 기쁘다.” 팬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던 베테랑 수비수 김동진(34)이 4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수비수로 태극마크도 달았던 김동진은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항저우 뤼청(중국),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를 거쳐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 이랜드에 둥지를 틀었다.
김동진이 국가대표로 활약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
그는 리그 개막을 한 달 앞둔 26일 현재 경기도 청평에서 훈련 중이다. 지난달까지 개인훈련을 계속한 덕분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하루 6시간씩 팀 전술훈련과 함께 개인 체력훈련 등으로 구슬땀을 쏟고 있다.
K리그에서만 151경기에 출장했던 김동진은 늘 성실하면서도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전사’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멤버로 출전한 김동진은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이던 딕 아드보카트(69·네덜란드) 감독의 총애를 받아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제니트로 이적하면서 외국 클럽생활을 시작했다.
4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수비수 김동진(왼쪽)이 팀 훈련을 마친 뒤 마틴 레니 감독과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태국에 2년간 있으면서 무앙통 구단이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인상적으로 느꼈다. 서울 이랜드도 팬 중심 구단을 기치로 팬들과 남다른 유대를 이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역 선수로서의 현실과 축구 인생의 이상이 조화된 최고의 결정이라 생각한다. 이 나이에 더 이상 해외진출을 생각하겠는가.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팀 전력 향상에 쏟아부을 작정”이라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김동진은 과거 8년간 자신이 몸담아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K리그 클래식의 FC 서울과 ‘서울 더비’를 통해 맞대결하는 게 소망이다.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당연히 서울 이랜드를 승격시켜야 한다. 김동진은 “FC 서울 팬들 앞에 자랑스럽게 서고 싶다”며 FC서울 팬들에 대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김동진은 2016년 리그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배번을 새로 정했다. 수비수의 상징인 ‘4번’ 아니면 ‘6번’을 늘 골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63번’을 지정했다. 오는 4월 태어날 2세를 위해서 ‘2016년에는 세 식구가 파이팅한다’는 뜻을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프로축구 감독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인 마틴 레니(41·영국) 서울 이랜드 감독은 “김동진은 월드컵에 두 번 출전해 말이 필요 없는 베테랑이다. 훌륭한 인성을 지녀 맏형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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