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대회 연속 은메달
체력훈련·고난도 기술 효과
지난 시즌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는 고난도 동작을 펼칠 때면 종종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장면이 간혹 눈에 띄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가 아니면 메달권에 들지 못해 하락세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하지만 주위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매일 강도 높은 근력운동과 코어(속근육)운동을 소화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손연재의 이런 노력은 경기 결과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그랑프리에서 개인종합 72.964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얻은 손연재는 일주일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손연재는 27일 핀란드 에스포의 에스포 메트로 아레나에서 펼쳐진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개인종합 둘째 날 리본에서 18.400점, 곤봉에서 18.400점을 받았다. 전날 볼에서 18.350점, 후프에서 18.400점을 받은 손연재는 합계 73.550으로 알렉산드라 솔다토바(73.750점·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주일 사이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이어 28일 열린 개인종목 볼 결선에서는 18.450점을 기록, 역대 개인 최고점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후프 결선에서 18.400점으로 동메달, 리본 결선에서는 18.400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곤봉에서는 수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하며 7위(17.400점)에 그쳤다.
개인종합에서는 처음으로 73점대를 기록한 손연재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접어들어 눈부신 상승세를 타고 있어 리우에서의 메달 전망을 더욱 밝혔다. 세계랭킹 1위 야나 쿠드랍체바와 2위 마르가리타 마문(이상 러시아)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동메달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연재는 전날 볼과 후프에서 무난한 연기를 펼치며 3위에 올랐다. 이어 이날 열린 리본과 곤봉에서도 FIG 공인 대회 기준 최고점을 찍으며 라이벌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를 역전했다. 특히 개인 최고점을 경신한 리본에서 더욱 안정된 면모를 과시했다. 탱고 음악인 ‘리베르탱고(Libertango)’에 맞춰 매혹적인 연기를 선보인 손연재는 리듬에 맞춰 곡선미를 한층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곤봉에서는 연기 초반 수구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고 경쾌하고 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첫 월드컵을 치른 손연재는 체력훈련과 연습의 성과가 고른 기량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또 지난 시즌보다 난도를 높인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겉보기에는 리자트디노바 등 보다 동작이 쉬워보이지만 손연재는 자신에게 맞는 난도의 동작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어서 감점이 적다. 리듬체조는 난도 점수를 매길 때 그 동작을 얼마만큼 정확하게 구사하는지도 반영된다. 경쟁자들이 턴을 한 번 더 돌거나 점프를 더 하더라도 실수가 빚어지면 손연재보다 낮은 점수를 얻게 된다.
손연재는 다음달 1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2016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종목별 18.500점대 돌파에 도전한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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