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석(34)씨는 요즘 집에서 먹는 밥맛이 ‘꿀맛’이라고 한다. 간편가정식으로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하는데 그 맛이 고향의 ‘엄마표’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간편가정식 덕분에 입맛이 돌아들어 2㎏ 정도 살이 붙었다”며 “종류도 국·탕·찌개 등 매우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1∼2인 가구를 겨냥해 유통·식품 업체가 간편하게 데우거나 간단한 조리과정만 거치면 되는 간편가정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집에서 요리를 잘 하지 않거나 가족 구성원 수가
적어 야채 같은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간편가정식이 국내에 처음 나온 건 오뚜기가 ‘3분 카레’를 출시한 1981년부터다.
간편가정식은 카레, 수프 등으로 출발해 현재는 국, 탕, 찌개, 덮밥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적어 야채 같은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간편가정식이 국내에 처음 나온 건 오뚜기가 ‘3분 카레’를 출시한 1981년부터다.
간편가정식은 카레, 수프 등으로 출발해 현재는 국, 탕, 찌개, 덮밥 등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정선용 롯데마트 밀 솔루션(Mealsolution) 부문장(오른쪽)이 10일 서울 잠실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간편가정식 브랜드 ‘요리하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
이마트는 2013년 ‘피코크’라는 간편 가정식 브랜드를 선보였다. 출시 첫해 매출이 340억원이었는데 작년 매출은 8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마트는 이런 추세에 맞춰 작년 500여 종이었던 상품 수를 올해 1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피코크 초마짬뽕으로 월평균 3만9000개가 팔리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3대 맛집으로 꼽히던 중국음식점 초마의 맛을 살렸다. 매출 2위는 육개장으로 사골과 소 사태를 이용해 만든 육수가 특징이다. 밥만 마련하면 간단하게 국을 먹을 수 있어 바쁜 직장인들이나 1인가구 등에 인기를 얻어 한 달에 5만개씩 팔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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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작년 12월 간편가정식 브랜드 ‘요리하다’를 출시했다. 간편하게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제품도 있지만, 간단히 채소를 다듬어 추가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반조리 상품이 포함된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반조리 상품인 ‘상하이 깐쇼 새우’, ‘죽순 고추 잡채’ 등은 양파, 피망, 당근 등 채소를 다듬어 넣고 제품과 함께 볶아야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 상품 수를 올해 200개, 내년에는 5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선용 롯데마트 부문장은 “이번에 선보인 상품들은 ‘아시아를 요리하다’가 테마”라며 “내년에는 국내 대표 맛집의 음식과 요리 달인들의 음식을 담은 ‘대한민국을 요리하다’를 비롯해 스튜, 빠에야 등이 포함된 ‘유럽을 요리하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메뉴 중 하나인 국·탕·찌개는 1인가구들에는 부담스럽다. 식재료 손질도 번거롭거니와 남는 재료를 처리하기도 불편하다. 70여 가지의 국·탕·찌개류 간편가정식 라인업을 보유한 아워홈은 삼계탕·육개장·사골곰탕·감자탕·해장국·김치찌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간편식은 끓는 물에 제품을 그대로 넣고 5∼6분 데우거나 냄비나 뚝배기에 부어 강한 불로 4~5분간 끓이면 된다.
CJ제일제당은 간편식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말아먹는 밥’이라는 콘셉트의 ‘컵반’을 내놨다. 컵반은 미역국밥·황태국밥·사골곰탕국밥·순두부찌개국밥과 마파두부덮밥·양송이하이라이스덮밥·고추장나물비빔밥 등이 대표 메뉴다. 최근엔 ‘커리덮밥’ 2종과 ‘짜장덮밥’ 1종을 출시했다. ‘옐로우크림 커리덮밥’과 ‘레드스파이시 커리덮밥’은 전문 셰프의 레시피로 커리 레스토랑 수준의 맛을 구현했다. 중식 전문 셰프의 레시피를 반영한 ‘직화 볶음 짜장덮밥’은 진한 춘장과 양파, 감자 등을 직화 방식으로 볶아 원재료의 풍부한 맛과 향이 살아 있다.
전체 레토르트 식품(가공식품)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뚜기는 ‘3분 카레’로 대표되는 간편가정식 제품군을 늘려 최근 덮밥류 제품 수를 확대하고 있다. 1998년 출시된 오뚜기 옛날 사골곰탕은 사골곰탕의 대표주자로 100 사골로 장시간 고아 옛날 맛을 그대로 우려내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외국 가정식 국내서 맛본다
‘집밥’ 열풍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국내를 넘어 외국 가정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최근 세계 가정식을 콘셉트로 내세운 간편식 ‘휘슬링쿡’을 출시했다. 벨기에식 치킨요리 ‘닭고기 크림스튜’, 영국식 치킨요리 ‘크림토마토 치킨커리’, 중국식 고기완자 ‘육즙가득 난자완스’, 프랑스식 돼지고기요리 ‘올리브 포크로제스튜’, 이탈리아식 닭볶음요리 ‘토마토 핫치킨스튜’ 등 세계 각국의 가정식을 간편식으로 만들었다. 특히 집밥의 맛을 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CV(Cooking Valve)시스템’을 도입해 재료를 단시간 내에 조리해 열에 의한 원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풀무원은 세계 각국의 면 요리를 간편식으로 선보였다. 태국식 쌀국수 ‘태국매콤쌀국수’는 홍고추 페이스트에 다진 마늘과 새콤한 초를 넣어 만든 스리라차 소스로 매콤한 국물 맛을 살렸다. 여기에 로즈마리, 클로브 등 5가지 이상의 허브로 만든 풍미유와 숙주, 말린 양파, 고추 건더기를 더해 태국 쌀국수 특유의 향과 시원한 국물 맛을 재현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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